황건호 前금투협회장 해임 찬성으로 돌아서

지난 17일의 KB금융 이사회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해임안에 대해 이사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이사회 개최 시간과 장소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이날 결론을 낼 작정이었음에도 언론에는 간담회 정도이며 해임 상정은 없을 것이라며 슬쩍 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사회 내부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KB금융 이사회 멤버들은 이날 이사회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임 회장 거취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전 기업은행장)을 비롯해 김영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이종천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고승의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김영과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등 사외이사 9명이 모두 참석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임 회장이 이젠 조직을 떠나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임 회장이 KB금융의 경영정상화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문제는 방식이었다. 이사회의 해임 의결보다는 임 회장이 이사회 의견을 존중해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는 게 일부 이사의 생각이었다.

이에 지난 15일까지 임 회장 해임을 반대했던 김 교수와 황 전 회장, 조 교수 등은 이날 저녁 9시께 임 회장 자택까지 찾아가 마지막으로 자진사퇴를 설득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준 사외이사들에게도 강경한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사퇴 거부와 함께 법적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임 회장 설득에 실패한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자정께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 다시 모여 해임안을 상정했다. 표결 결과 7대 2로 가결됐다. 임 회장 해임을 반대해온 황 전 회장이 외부 의견에 귀를 막아버린 임 회장의 모습을 보고 막판에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