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이사회 열고 차기수장 선출에 집중 ‘리딩뱅크’ 위상 회복·경영 정상화 시급 결백주장 임회장과 향후 소송전 불가피
임영록 KB금융회장이 결국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KB 사태의 큰 고비는 일단락됐다. KB사태의 두 주역이던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이 모두 물러나게 돼 내분으로 발생한 경영 혼란은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차기 수장은 그동안 극한의 대립각을 세웠던 금융당국과 화해하고 땅에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왕년의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는 것 또한 급선무다. 다만 임 회장이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해임을 결정한 이사회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지루한 소송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분 수습하고 안정과 정상화에 매진=갈등의 당사자들이 모두 물러나게되면서 KB금융 사태는 안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사회가 오는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키로 해 당분간 그룹의 역량이 회장 선출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이 경영정상화 단계로 들어서면 금융당국 역시 KB금융 및 각 계열사에 파견한 감독관 철수를 논의할 전망이다.
당국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될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건에 대해서는 임 회장의 해임과 무관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지난 15일부터 KB금융의 신용정보법 위반 사실 확인을 위한 추가 검사에 들어갔다. 다만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징계는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이미 해임된 임원에게 중징계 통보는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KB로서는 조만간 선임 절차에 들어가는 차기 수장이 당국과 화해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차기 수장은 LIG손해보험의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서라도 당국과 원만한 관계 회복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B금융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고 승인 여부는 조만간 금융위 회의에서 결론이 난다.
땅에 떨어진 고객 신뢰 회복도 급선무다. 도쿄지점 부실대출,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에 이어 경영진의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면서 KB금융의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또 시중은행 중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수익을 회복,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는 것 또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임 회장, 해임반발 소송 이어가나=임 회장의 소송이 남았다. 임 회장은 당국의 3개월 직무정지 결정과는 별도로 이사회의 해임안 의결에 따라 대표이사직을 상실하게 됐다. 이에 따라 3개월 후 KB금융 회장 자리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임 회장의 뜻도 완전히 꺾이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결백을 주장하며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이사회 의결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이 전날 법원에 제출한 금융위 직무정지 처분 취소소송 소장에서 “법적 절차를 통해 그동안 왜곡된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KB금융과 본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자신은 결코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의 직무정지 결정과 금감원의 검찰 고발에 맞서 행정소송이라는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임 회장은 이사회 결정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해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다만 그렇더라도 종전과 같은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은 사안의 긴급성과 필요성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며 “다만 이사회 의결에 대해서는 법원이 폭넓게 존중하고 있어 본안 소송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