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최순실 사태로 내홍에 빠진 남한을 상대로 군사 도발할 조짐이 관측되면서 우리 군의 대응 체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사상 최저치인 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난 12일 국민 100만명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상실된 상태다.
국가적 구심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북한의 기습 도발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가해질 경우, 국가적으로 위중한 비상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역시 남한의 이와 같은 취약한 면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3일 이례적으로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위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날 “12일 남조선 전지역에서 청와대 악녀 박근혜 역도를 기어이 권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제3차 범국민투쟁이 대규모적으로 전개됐다”면서 집회에는 전국적으로 110만여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남한 소식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 보도한 건 매우 드문 사례다.
▶북한 매체, 남한 범국민투쟁 이례적 신속 보도=이어 역시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평도 인근 서북도서 최전방을 직접 시찰했다고 밝혔다.
13일 이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연평도 인근 서해 최전방의 갈리도 전초기지와 장재도 방어대를 시찰했다. 갈리도는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불과 4㎞, 장재도는 연평도에서 북동쪽으로 6.5㎞ 거리다.
우리 군은 북한 수뇌부가 군부대 방문 뒤 대남도발을 자행해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감시 및 대비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북한은 지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직전 김격식 4군단장이 도발을 주도한 해안포 기지를 방문했고, 김정일도 당시 후계자였던 김정은과 함께 관련 부대를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13일 “북한이 연평도 화력타격계획 전투문건 승인을 운운하는 등 도발위협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선다면 대통령 기능이 마비된 현재 우리 군은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도발 상황에서 군사 대응 권한은 우리 측 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령관이 조율하게 된다. 평시작전권은 합참의장,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연합군의 대응이 동북아 정세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 결정은 결국 한국과 미국 대통령 승인이 불가피하다.
지난 8일 대선을 치뤄 정권 이양기에 있는 미국, 12일 시민 100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국정 동력을 상실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사태에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란 상당한 현실적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한미 대통령 승인 받아야…정략적 판단에 따른 동북아 정세 악화 가능성=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틈새를 노려 최소한의 도발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9월 5차 핵실험 등을 실시하며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고 있다. 또한 기존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미국과 체결해 영구적인 평화를 보장받는 방안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미 최고 수뇌부의 레임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지금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호기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대북 군사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 모두 정략적 판단으로 군사행동 옵션을 선택할 경우 동북아 정세는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편, 청와대 측은 13일 전날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입장을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또한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종교계 인사를 만나 “잠이 보약”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대통령께서 ‘잠이 보약’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잠이 최고’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놔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