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백승주 의원(새누리당, 경북 구미갑)이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의 과거 영창 에피소드를 문제삼은 것에 대해 6일 김제동씨가 “감당할 수 있겠냐”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다음날인 7일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를 위해 다시 모인 국회 국방위는 논란이 된 김제동씨를 국방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5일 국정감사에서 백 의원이 김씨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새누리당, 경기 포천가평)은 이날 국정감사에 앞서 “국감 전에 여야 간사들이 국방위 국감에 김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줬다”며 “가장 큰 이유는 국방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연예인을 출석시켜서 발언하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수한의 리썰웨펀]김제동 반박에 상황 반전…영창 논란 진위는?

북한 핵공격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시기에 국회 국방위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연예인의 지난 발언을 문제삼을 만큼 한가하냐는 여론을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백승주 의원이 이 논란을 처음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국회 국방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김제동씨 증인 불채택 결정으로 일단락될 것처럼 보였던 이 사안은 그러나 작은 불씨를 남긴다.

김영우 위원장이 김씨의 증인 불채택 방침을 밝힌 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씨가 사죄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연예인의 개그 내용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 허위사실을 개그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군과 군의 가족에게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이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김영우 위원장, 김제동씨에 ”사죄하라“ 발언 파장 예상=김 위원장은 이 발언을 통해 김제동씨가 방송에서 언급한 영창 에피소드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했다. 또한 군과 군의 가족에게 사죄까지 요구했다.

증인 불채택 결정으로 형식상 한 발 물러선 듯하던 새누리당 측이 내용상으로는 기존 백승주 의원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또한 백 의원과 새누리당, 군과 군의 가족까지 외연을 넓히며 전장의 세력을 강화했다. 백 의원은 올해 4월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인 지난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 밑에서 국방부 차관으로 재임할 때부터 이 문제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제동씨가 사죄하거나, 이 사태의 전말을 놓고 백 의원과 본격적인 한 판 승부를 벌이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됐다.

여기서 김영우 위원장이 간과한 것은 김제동씨의 6일 발언이다.

김제동씨는 백 의원이 제기한 영창 관련 논란이 증폭된 6일 저녁 7시30분 성남시청 야외광장에서 열린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서 ”만약 나를 부르면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준비를 잘 하시고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방위병인데도 일과 시간 이후 영내에 남아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봤다”며 “사회를 본 자체가 군법에 위반된다. 이 얘기를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김씨의 이 발언은 영창 에피소드 관련 발언이 ‘사실’이며, 이 문제를 백 의원 측에서 물고늘어질 경우 이 문제를 제기한 백 의원은 물론, 군의 더 큰 치부가 드러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영우 위원장이 정확한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 불채택 결정으로 밀리는 듯한 인상을 만회하기 위해 조바심 끝에 사죄 카드를 급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사죄 카드는 정면대결은 피하면서 말로 위협은 계속 가하는 속칭 ‘입싸움’에 가깝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또한 이로 인해 야권도 이 논란에 가세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승주 vs. 김제동→백승주+새누리당+군 vs. 김제동+야권?=백승주 의원과 김제동씨의 갈등 끝에 일단락될 것 같았던 이번 사태가 ‘새누리당+군’ vs. ‘김제동씨+야권’의 싸움으로 확전될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동철 의원(국민의당, 광주 광산갑)은 7일 위원장 발언 직후 “위원장님이 연예인 김제동씨의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했지만 이것은 지난 국감에서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국방부가 조사하기로 한 상황이기에 (결과가 나오면) 그 때 그리 말하셔도 되는 것이지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김종대 의원(정의당, 비례)은 같은날 ”언제,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다. 참모총장과 참모본부 고위 장교들의 부인들이 군의 한 휴양시설에서 파티를 했다. 제가 그 영상 사진자료를 제보받아 보니 현역 병사가 서빙을 하고 있었다”며 “(김제동씨 복무 당시) 파티에 현역 병사를 불러 사회를 보게 했다는 그 사실 자체는 평소 군의 문화에 비추어봤을 때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김제동씨를 옹호했다.

백승주 의원, 김영우 위원장 등은 김제동씨가 6일 저녁 발언 도중에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고 한 것을 바탕으로 영창 에피소드는 ‘허위’라고 단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김씨가 이 말을 한 맥락은 영창 에피소드의 진위 여부를 떠나 북한 핵위협 등이 고조된 위급한 시기에 국회 국방위가 한 연예인의 발언을 놓고 국정감사의 중요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면 되겠느냐는 개탄의 목소리로 다수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김씨가 자신의 방위병 복무 시절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고 있어 영창 에피소드가 사실일 가능성 또한 없지 않은 상태다.

향후 김씨의 영창 에피소드가 사실로 판명되면 의혹을 제기한 백 의원, 이에 편승한 지원 세력 등은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제동씨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영결식 사회를 맡았고, 안철수 의원의 정계 데뷔를 돕는 등 야권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경북 성주를 찾아 공개적으로 사드 반대 발언을 하고 “난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등 보수 진영이나 군 당국이 부담스러워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여권의 표적 견제용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