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후임 최수종 SNS 추모

이재명 대통령·임형주·윤일상 애도

“양촌리 김 회장님, 편히 쉬소서”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연합]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선생님이라는 커다란 그늘 아래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29일 밤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에게서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진행을 이어받은 배우 최수종은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모글을 올렸다. 최수종은 고인을 배우라는 이름을 넘어 이웃들의 땀방울과 밥상 위의 삶을 누구보다 깊이 아낀 선생님으로 기억했다. 글에는 “사랑합니다”가 세 번 이어졌다.

최불암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했다. 전국 곳곳의 밥상을 찾아가 음식에 밴 삶을 낮고 푸근한 목소리로 전해 온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지며 하차, 최수종이 그 자리를 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최불암이 “오랫동안 해온 밥상 이야기를 든든한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비보가 전해진 30일, 정계 대중문화계를 아우르며 고인을 향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시대의 아버지, 최불암 선생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좋은 배우가 되려면 자신이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씀처럼, 선생님은 연기를 넘어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셨다”며 “사회의 그늘을 살피고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려 하셨던 선생님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서 고인과 서울의 인연을 떠올렸다. 오 시장은 1998년부터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한 고인을 ‘최장수 홍보대사’로 기억하며 “언제까지나 곁에 계실 것 같던 국민의 아버지를 이제 추억 속에서 만나야 한다니 마음이 먹먹하다”고 적었다.

여야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SNS에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듯 시려온다”고 했고,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그 웃음과 목소리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남겼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 [최불암 측 제공/연합]
‘국민 아버지’ 최불암 [최불암 측 제공/연합]

고인과 가족처럼 지낸 팝페라 테너 임형주(용산문화재단 이사장)는 SNS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최불암 이모부”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임형주는 고인의 아내인 배우 김민자를 ‘이모’라 불러왔고, 최불암·김민자 부부는 임형주의 독창회마다 함께 객석을 찾았다. 임형주는 “몇 달 전 병문안에서의 인사가 영원한 작별 인사가 될지 몰랐다”며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따스한 아버지가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적었다.

작곡가 윤일상은 인스타그램에 최불암의 흑백사진을 올리고 “어린 시절부터 우리 곁에 늘 계셨기에, 마치 영원히 함께하실 것만 같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 시대를 연기하신 분이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 살아주시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온기를 남겨주신 분이셨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엔 고인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글이 이어졌다.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던 목소리가 큰 위안이 됐다는 글이 잇따랐고, 한 누리꾼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최불암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적었다. 누리꾼들의 추모는 고인이 걸어온 작품을 따라 흘렀다. 최불암은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로 꼽히는 MBC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에서 박영한 반장을, 국내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1980~2002)에서 양촌리 김 회장을 연기했다. ‘전원일기’에서는 배우 김혜자와 22년간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온라인에는 “양촌리 김 회장님, 편히 쉬소서”, “영원한 수사반장 편히 잠드시라” 같은 글이 잇따랐다.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탄식도 나왔다. 지난해 이순재, 올해 초 안성기에 이어 최불암까지 ‘국민 배우’라 불린 원로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다. “안성기 선생님도, 이순재 선생님도, 최불암 선생님까지 좋은 분들이 다 떠나신다”는 글도 올라왔다.

1939년(호적상 1940년)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무대와 안방극장을 오가며 67년간 연기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고인이 1981년 ‘전원일기’ 촬영을 계기로 인연을 맺어 전국후원회장으로 오래 몸담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을 맡는다. 유족으로는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가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