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음식점, 추가 요금 내면 대기 없이 입장
병원도 최대 1000엔 받고 우선 진료 제공
패스트패스 도입 음식점 전국 111곳으로
20대 절반 가까이 시간 단축에 돈 지불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일본 도쿄의 한 라멘집에서 20대 회사원이 750엔(약 6400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자신보다 먼저 줄을 서 있던 손님 15명을 제치고 입장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른바 ‘패스트패스(Fast Pass)’가 음식점과 병원으로 확산하면서 일본에서 돈을 내고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2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역 주변 지하상점가에 있는 ‘도쿄 라멘 요코초’는 일정 요금을 추가로 내면 대기 줄을 건너뛰고 입장할 수 있는 우선입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객은 웹사이트에서 ‘우선입장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가격은 1인당 500엔(약 4200원)부터 시작하며 매장 혼잡도에 따라 달라진다.
도쿄신문이 최근 만난 20대 남성 회사원은 750엔을 내고 티켓을 구매해 앞서 기다리던 손님 15명보다 먼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아이치현 미하마초의 한 음식점은 지난해부터 우선입장 제도를 도입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솥밥을 즐길 수 있는 이 음식점은 주말이면 기본 대기시간이 2시간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음식점 운영자는 “대기시간이 짧아진 손님은 관광시설이나 기념품 가게에 들를 시간이 생긴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음식점이 이용하는 패스트패스 시스템은 일본 기업 ‘스이스이’가 개발했다. 2023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전국 111곳에서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다.
돈을 내고 대기시간을 줄이는 서비스는 병원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의료 스타트업 ‘마이신’은 지난해 2월부터 진찰료 외에 별도의 예약료를 지불하면 우선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쿠론 스마트 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약료는 500~1000엔(약 4200~8500원) 수준으로 병·의원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다만 일반 환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전체 환자 중 일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마이신은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패스는 당초 놀이공원에서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로 활용됐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놀이기구마다 수천엔을 추가로 지불하면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디즈니 프리미엄 액세스’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놀이공원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일본 시계 브랜드 세이코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가 패스트패스처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에서는 이 비율이 47.5%에 달했다. 젊은 층에서는 2명 중 1명 가까이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도쿄신문은 이러한 현상이 시간 대비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히로세 료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기다리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이스이 관계자는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던 음식점에서도 시간을 사는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