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143년 만에 첫 격상…첨단 산업·방산·에너지 협력 전면 확대

李대통령 “EU 산업가속화법 동등 대우 요청”…메르츠 “잘 살필 것”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9일 청와대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9일 청와대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1883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으로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군사 비밀 정보 보호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추진하는 등 정치·안보·경제 전반에서 공조를 전면 심화하기로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메르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질 협력 확대 방안과 주요 지역·국제 정세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한은 메르츠 총리의 취임 후 첫 공식 방한이다.

독일은 한국의 유럽 내 최대 교역국이자 대표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양국은 연간 300억달러가 넘는 교역액을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다. 강 수석대변인은 “글로벌 정세 불안과 공급망 교란 상황 속에서 양국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대해 왔다”며 “메르츠 총리 방한을 계기로 서울에서 ‘아태비즈니스회의(APK)’가 열린 것도 인태 지역 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한국과 미래 지향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독일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수교 이래 첫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과 함께 정치·안보, 경제·첨단 산업, 문화·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의 협력 의지를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반도체·배터리·AI 등 첨단 미래 기술의 상호 보완적 결합에 뜻을 모았다. 양 정상은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투자·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전략 기술 공동 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넓히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유럽연합(EU)의 ‘산업가속화법’ 추진과 관련해 유럽의 핵심 FTA 파트너국인 한국이 EU 역내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고, 메르츠 총리는 “한국 측의 요청을 잘 살펴보겠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경제‧하이테크 파트너십 프레임워크에 관한 공동 의향서’를 체결해 교역·투자 중심의 협력을 공급망 다변화, 핵심 광물‧에너지 안보, 첨단 기술 분야로 대폭 확장하기로 했다. 또한 갱신된 ‘한-독 에너지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공동 의향서’를 통해 재생 에너지와 전력망 공조를 강화하고, ‘한-독 이중 과세 방지 협정 개정 의정서’ 서명으로 공정한 투자 환경 기반을 닦았다.

국방·안보 분야의 제도적 토대도 다진다. 양 정상은 국방 당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군사 비밀 정보 보호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추진하는 한편, 우수한 방산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 간 호혜적 협력 기회를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인적·문화적 유대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국 간호사 파독을 언급하며 과거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이 양국 우호 증진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교육·문화 및 워킹홀리데이 등 미래 세대 교류를 늘리기로 했다.

안보 정세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가 직결돼 있다는 데 공감하며 우크라이나 및 한반도 이슈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및 대화 재개 노력을 지지해 준 독일에 감사를 표했다.

메르츠 총리는 회담 말미에 내년 이 대통령의 방독을 공식 초청하며 “내년 가을 베를린에서 열리는 디지털 정상 회의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고 전했고, 이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sunpi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