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영화 ‘암살자(들)’이 누적 관객 340만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수 340만1825명을 기록했다. 개봉 6주 만이다. 영화 측은 이에 따라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멜로 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 행사에서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피격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 재일 교포 문세광이 암살범으로 붙잡혀 사형당했다.
그러나 문세광이 쏜 총알의 수보다 많은 총성이 현장에서 들려 총을 쏜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점, 육 여사의 목숨을 앗아간 흉탄이 석연찮은 이유로 사라져 정확히 누가 쏜 총알이 살해의 직접 원인이 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 한국 정부는 조총련과 북한을 문세광의 배후로 지목했지만 일본과 미국의 공식문서에서는 그 같은 결과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점, 배후로 지목된 조총련 인사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은 이뤄지지 않은 점, 영부인이 피격당한 충격적인 사건임에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급하게 문세광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는 점 때문에 의혹이 무성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문세광의 배후에 우리 정부 내부 인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중앙정보부(중정)가 사건 이전부터 문세광을 요주의 인물로 감시해오고 있었음에도 범행이 일어난 점, 중정 요원들이 총격이 일어난 지 10여분 만에 문세광이 묵었던 호텔을 찾아 객실을 수색한 점, 문세광이 범행 당일 출입증(비표)가 없어 행사장에서 검문을 당했음에도 청와대 경호원이 들여보낸 점 등이 그 같은 의혹의 근거였다.
특히 2005년 일본 정부의 문서가 공개되면서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 대부분의 매체가 이 같은 의혹을 다뤄 큰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었지만 ‘역사 왜곡’ 논란 등 반발도 없었다. 2021년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 이 사건의 의혹이 다뤄졌을 때도 논란은 일지 않았다.
‘암살자(들)’은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다룬 의혹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문세광의 배후를 추적하며 중앙정보부(중정)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다큐보다 순한 맛이다”라고 할 정도로 다큐멘터리에 언급된 의혹들이 조심스럽게 다뤄진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 직후 ‘육영수 여사 살해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가 있다는 식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배후로 중정을 암시한 것은 중정을 수족처럼 다루던 박정희 대통령을 지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개봉 전 일반인 시사회는 물론 기자 시사회까지 거쳤지만 전혀 제기되지 않았던 해석이다.
허 감독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중정은 그 자체의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 등치시킬 수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1979년 박 대통령을 암살한 것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또 중정 자체도 통일된 의사를 가진 단일 집단이 아니라, 부서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감독의 해명에도 영화에 씌워진 ‘역사 왜곡’이라는 논란이 좀처럼 벗겨지지 않으며 관객 모집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영화를 보지도 않고 ‘역사 왜곡’으로 단정짓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해온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말해,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영화 내용을 넘겨 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영화는 명백히 박 대통령의 관여 가능성을 영화적 상상력의 범주 안에도 넣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라며 “정치권이 영화를 왜곡한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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