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 1m 길이 섬유형 아연전지 개발
- 용량 89.8% 유지, 웨어러블·로봇 활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옷에 실처럼 꿰매 넣거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에 감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가 개발됐다. 길이가 1m에 달하면서도 1만 번 구부린 뒤 배터리 용량의 약 90%를 유지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북분원 초물성전도소재연구센터 김남동·정현수 박사 연구팀이 전북대, KAIST, 강원대와 공동으로 섬유형 아연전지를 미터 단위로 연속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섬유형 배터리는 일반적인 각형·원통형 배터리와 달리 실처럼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직물에 엮어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의류와 웨어러블 센서는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이나 몸체 내부처럼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아연전지는 화재·폭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차세대 웨어러블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아연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인 ‘덴드라이트’가 자라나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섬유형 아연전지는 제조 길이도 대부분 10㎝ 안팎에 머물러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에 산소 기능기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촘촘하게 정렬하고 표면에 아연 이온이 고르게 달라붙도록 유도해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와 부식 반응도 줄였다. 실제 완전전지 시험에서는 800회 충·방전 이후에도 초기 용량의 85%를 유지했다.
대량생산을 위한 핵심 제조공정도 확보했다. 연구팀은 섬유 공급부터 아연 도금, 세척, 건조, 권취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연결한 연속 전기도금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기존보다 10배가량 긴 1m 길이의 섬유형 아연전지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1만 회 반복 굽힘 시험에서도 초기 용량의 89.8%를 유지해 뛰어난 유연성과 내구성을 입증했다.
실제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섬유형 배터리를 유연 태양전지, 움직임 감지 센서와 함께 전투복에 통합했다. 낮에는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에는 저장된 전력으로 센서를 작동시키는 방식을 시연했다.
연속 생산된 배터리는 필요한 길이만큼 잘라 쓰거나 다른 섬유와 함께 직조할 수 있다. 스마트 의류와 전자피부뿐 아니라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주변이나 프레임 내부에도 분산형 전원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산 속도 향상과 장거리 전극의 도금 균일성 확보, 땀과 세탁 등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장기 안정성 검증이 필요하다.
김남동 KIST 박사는 “섬유형 아연전지의 핵심 난제인 덴드라이트 성장과 제조 길이의 한계를 소재와 공정 기술을 결합해 동시에 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