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구와 검단구 정산액 648억 놓고 충돌… 인천시 분쟁조정으로 번져

제물포, 영종구도 장학재산·차입금 배분 난항… 청사 확보와 운영비 부담까지

행정구역은 바뀌었지만 재정·재산 승계는 미완… 사전 조정 부실 논란

## 인천 행정체제 개편으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선 8기 인천시정부가 추진하고 민선 9기 시정부에 들어와서 지난 7월 새로이 출범한 4개 자치구가 재정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보는 1, 2회에 걸쳐 그 실태를 파악해 본다.

인천 행정구역 개편 [인천시 제공]
인천 행정구역 개편 [인천시 제공]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의 행정지도를 31년 만에 바꾼 행정체제 개편이 출범 초기부터 곳곳에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재정과 재산 정산 문제로 출범한 신설구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민선 8기 때 주민 생활권에 맞는 행정서비스와 지역별 맞춤형 발전을 내세워 4개 자치구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하지만, 정작 행정체제가 바뀐 뒤에는 해당 자치구 간 비용 부담과 재산·채무 승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서해구와 검단구의 재정 정산 갈등은 행정체제 개편의 후속 대책이 충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양측이 정산액과 산정 기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인천시 분쟁조정 절차까지 이어졌고 서해구는 필수경비 지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긴급 재정지원도 요청했다.

제물포구와 영종구에서도 장학재산 배분과 차입금 분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여기에 임시청사 운영과 신청사 건립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신설 자치구의 재정 부담이 행정체제 개편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서해구·검단구, 648억 정산 놓고 정면충돌

갈등의 중심에는 서해구와 검단구의 재정 정산 문제가 있다.

서해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단지역의 세입은 약 380억원, 세출은 약 1029억원이다. 세입을 초과한 약 648억원을 기존 서구가 먼저 부담했으며 분구 이후에는 이에 대한 정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해구의 주장이다.

정산액은 당초 약 581억원에서 10월 6일 약 648억원으로 늘었다. 검단구는 정산액이 변경된 경위와 산정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서해구는 정산 기준 시점과 세입·세출 집행자료의 반영 범위에 차이가 있어 금액을 조정했다며 이견이 있다면 구체적인 반대 금액과 근거자료를 제시해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면서 정산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해구는 인천시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서해구는 정산이 늦어질 경우 11월 중순부터 가용 자금이 부족해져 필수경비 지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검단구에 확인된 정산금부터 우선 지급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인천시에는 신속한 조정과 긴급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다만 약 648억원은 서해구가 제시한 정산 요구액으로, 양측 합의나 조정으로 최종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정산액의 적정성과 산정 기준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자치구의 재정 운용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두 자치구 사이의 돈 계산으로만 볼 수 없다. 분구 이전에 발생한 세입과 세출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기존 자치구가 부담한 비용을 신설 자치구가 어느 범위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물포·영종구도 장학재산·차입금 문제에 발목

제물포구와 영종구 사이에서도 재산과 채무 승계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남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월디장학회 기본재산 약 149억원의 배분 문제다. 양측이 재산 배분 기준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장학재단 승계 절차가 보류됐고 장학생 선발과 장학금 지급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장학재산은 단순한 회계상 자산이 아니다. 재산의 귀속과 운영 주체가 정해지지 않으면 장학사업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고 그 부담은 장학금 지원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옛 중구의 차입금 분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영종구는 연체이자 등 추가 부담을 막기 위해 약 181억원을 우선 상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물포구와의 채무 분담 범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남아 있다. 차입금이 어떤 사업에 사용됐는지, 양측이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인현동 화재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 문제 역시 책임 주체와 비용 분담 범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할 사안으로 거론된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관할이 달라지더라도 기존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책임이 불분명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 사안의 공통점은 재산과 채무의 귀속을 둘러싼 조정이 출범 이후에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이 예정돼 있었다면 자산과 부채, 관련 사업과 의무를 사전에 조사하고 배분 원칙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임시청사 운영부터 신청사 건립까지… 재정 부담 가중

청사 문제도 신설 자치구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물포구는 기존 중구·동구 청사를 활용하고 영종구와 검단구는 임시청사를 중심으로 행정업무를 시작했다.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청사 건립과 행정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신청사 건립에는 부지 확보와 타당성 검토, 투자심사, 설계와 공사 등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데다 사업 기간도 길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청사는 건물만 마련한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민원시설과 회의공간, 정보시스템, 통신망, 행정장비 등을 구축하고 기존 행정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임시청사 운영비와 신청사 건립비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신설 자치구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청사 문제는 재정 정산과 별개인 동시에 맞물려 있는 과제다. 출범 초기부터 운영비와 시설비가 부족해지면 행정서비스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도 검단구는 부지 확보가 돼 있어 제정만 확보된다면 청사 건립에지장은 없겠지만, 영종구는 부지조차 없다. 영종구로서는 아직까지 부지 확보도 안된 상황에서 청사 건립까지 ‘첩첩산중’이다. 같은 신설구 입장에서 영종구는 검단구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

행정구역 개편은 완료… 재정·재산 승계는 여전히 진행형

인천의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 생활권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행정구역을 나누는 것과 행정 기능을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재산과 채무, 세입·세출, 공공시설 운영비 등을 둘러싼 갈등이 출범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개편의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산 지연이 필수경비 지급이나 장학사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행정체제 개편의 부담을 주민이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한 인천시는 자치구 간 갈등을 당사자들의 협의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정산 기준과 비용 분담 원칙을 제시하고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재산·채무 승계와 출범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왜 사전에 정리되지 못했는지, 준비 단계에서 어떤 기준과 검증 절차가 마련됐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행정체제 개편의 성패는 새 자치구가 출범했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정과 재산, 시설과 행정 기능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주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개편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