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대 은행 달러대출 90억弗

전월대비 대출잔액 20.2% 증가

조달부담 덜고 환헤지 수요 겹쳐

엔화대출 반등…외화예금 최고치

[헤럴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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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주요 은행의 달러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달러 조달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수입 결제와 환 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외화자금 수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달러대출 잔액은 23일 기준 90억5603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 올해 최고치이다. 9월 말 75억3537만달러에서 15억2066만달러 늘어 증가율은 20.2%에 달했다.

올해 달러대출 잔액은 큰 폭의 환율 변동 속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5대 은행의 달러대출은 5월 말 78억6904만달러에서 6월 말 73억5048만달러로 줄었다. 같은기간 원/달러 환율은 5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1507.9원에서 6월 말 1549.4원으로 올랐다. 이후 환율이 7월 말 1424.0원으로 급락하자 달러대출은 86억8646만달러까지 늘었다. 8월 말에는 환율이 1368.6원으로 추가 하락했지만 대출 잔액은 77억2728만달러로 줄었고, 9월 말에는 환율 1352.8원, 잔액 75억3537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23일 환율이 1324.6원까지 내려온 가운데 달러대출은 다시 90억달러를 넘어섰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원화 강세가 기업의 달러 조달 부담을 낮추면서 외화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로 수입대금을 결제하거나 해외 원자재·설비를 구입해야 하는 기업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대신 외화를 직접 빌려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특히 향후 환율이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차주는 달러를 빌려 먼저 사용한 뒤 상환 시점에 더 낮은 환율로 달러를 마련하면 원화 환산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환율 방향뿐 아니라 결제 시점과 외화 현금흐름을 고려해 자금 조달 시기를 조정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외화대출 잔액에 반영되는 셈이다.

외화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점도 달러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거주자 외화대출은 원칙적으로 해외 실수요를 중심으로 제한돼 왔지만 한국은행은 지난해 수출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용 외화대출을 허용한 데 이어 올해 2월 27일부터 국내 운전자금까지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수출기업은 수출실적 범위 안에서 국내에서 사용할 운전자금도 외화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입 기업을 중심으로 환 헤지 및 결제자금 확보를 위한 외화자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 동결 기대에 따른 달러화 조달 여건 변화와 기업들의 자금 운용 전략 등이 맞물리면서 외화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뿐 아니라 엔화대출도 최근 감소세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5대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5월 말 753억2000만엔에서 6월 말 746억5000만엔, 7월 말 736억6000만엔, 8월 말 722억6000만엔으로 석 달 연속 줄었다.

그러나 9월 말에는 761억7000만엔으로 한 달 새 5.4% 증가했고 이달 23일에는 764억9000만엔으로 소폭 더 늘었다. 8월 말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42억3000만엔, 5.8% 증가한 규모다. 23일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43.79원까지 내려온 가운데 일본산 원자재·설비 구매 등 엔화 결제 수요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금리를 활용하려는 자금 수요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은행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547억1000만달러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전월 말(1406억2000만달러)보다 140억9000만달러 증가하며 ‘역대 최대’ 행진을 석 달 연속 이어갔다.

증가 폭은 지난해 12월(158억8000만달러), 올해 7월(150억1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컸다.

거주자 외화예금이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