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H.P., 1906년 런던 올림피아 모터쇼서 첫 공개

‘세계 최고의 자동차’라는 명성 얻어

1911년 런던-에든버러 주행 시험서 속도·연비 부문 신기록

홈 오브 롤스로이스에 전시된 실버 고스트 섀시 번호 1701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홈 오브 롤스로이스에 전시된 실버 고스트 섀시 번호 1701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롤스로이스모터카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브랜드의 명성을 확립한 역사적인 모델 40/50 H.P., 일명 ‘실버 고스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했다고 29일 밝혔다.

1906년 11월 런던 올림피아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40/50 H.P.는 그 시대 가장 진보한 자동차로 평가받는다. 부드럽게 작동하는 6기통 엔진과 탁월한 신뢰성은 초기 자동차의 기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헨리 로이스의 기술적 열정을 보여준다.

롤스로이스의 초대 영업 총괄이사 클로드 존슨은 이러한 기술적 우수성을 대중에게 직접 입증하기 위해 개별 차량에 고유한 이름을 붙였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섀시 번호 60551에 부여한 ‘실버 고스트’라는 이름이다.

은색 도장과 은도금 장식으로 마감한 이 차량은 큰 명성을 얻었고, 다른 소유주들까지 자신의 40/50 H.P.를 실버 고스트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점차 차종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클로드 존슨의 주도 아래 실버 고스트는 각종 내구성 시험과 자동차 경주에 참가해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스코틀랜드 신뢰성 시험과 런던-에든버러 주행 시험을 비롯해 스페인 그랑프리와 오스트리아 알파인 트라이얼에서 거둔 우승 등 일련의 성과는 실버 고스트의 탁월한 기술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가장 유명한 차량 중 하나가 현재 영국 굿우드의 롤스로이스 본사 ‘홈 오브 롤스로이스’에 전시된 섀시 번호 1701이다. 클로드 존슨이 ‘슬러거드(게으름뱅이)’라는 별명을 붙인 이 차량은 1911년 런던-에든버러 주행 시험에서 변속기를 최고 단수에 고정한 채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전에 네이피어가 세운 연비 및 속도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해 말에는 시속 100마일(약 161㎞/h)을 돌파한 최초의 롤스로이스 차량으로 기록됐다.

당시, 영국 신문 ‘던디 크로니클’은 롤스로이스의 설계 수준을 독보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잡지 ‘컨트리 라이프’는 자동차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의 정수라고 극찬했다.

1906년 런던 올림피아 모터쇼에서 공개된 롤스로이스 4050 H.P [롤스로이트모터카 제공]
1906년 런던 올림피아 모터쇼에서 공개된 롤스로이스 4050 H.P [롤스로이트모터카 제공]

실버 고스트는 재계와 정계, 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인사들에게도 사랑받았다. 항공 선구자이자 요트 애호가인 토미 솝위드, 재봉틀 사업 가문의 패리스 싱어, 금융가 알프레드 드 로스차일드 남작, 조선회사 할랜드 앤 울프의 회장 피리 경, 작곡가 휴버트 패리 경, 윈스턴 처칠 경, 미국의 비행사이자 영화 제작자인 하워드 휴스 등이 대표적이다.

왕실에서도 실버 고스트에 깊은 신뢰를 보냈다. 1911년 인도 정부는 조지 5세 국왕과 메리 왕비의 인도 방문 기념행사를 위해 의전용 란도렛 차체를 갖춘 실버 고스트 8대를 주문했다.

실버 고스트는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상징인 환희의 여신상의 탄생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볼리의 몬태규 경이 소유한 실버 고스트는 환희의 여신상을 장착한 최초의 자동차로, 조각가 찰스 사이크스가 제작한 환희의 여신상은 1911년 롤스로이스의 공식 마스코트로 도입됐다.

실버 고스트는 오늘날에도 소유주들에게 변함없는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2013년에는 실버 고스트 47대가 1913년 알파인 트라이얼의 1800마일(약 2900㎞) 주행 경로를 재현했다. 여기에는 섀시 번호 1701과 당시 대회에 실제 참가했던 차량 한 대도 포함됐다.

2021년에는 섀시 번호 1701이 1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속기를 최고 단수에 고정한 채 런던-에든버러 구간을 다시 완주했다.

앤드류 볼 롤스로이스모터카 기업 관계 및 헤리티지 총괄은 “실버 고스트는 롤스로이스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모델이다. 당시의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바탕으로 정교함과 신뢰성, 탁월함에 대한 명성을 확립했으며, 이는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놀라운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버 고스트를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과 이를 통해 롤스로이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1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기대는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기준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