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硏, 플라스틱 2종 독성 비교
- 강 염증 유발 잠재력 확인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생수병과 일회용 컵, 플라스틱 포장재에서 발생하는 초미세 나노플라스틱이 호흡기를 통해 폐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특히 일부 나노플라스틱은 디젤 자동차 매연 입자보다 강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환경질환연구센터 정진영 박사 연구팀이 동아대학교 조완섭 교수팀과 공동으로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 2종의 폐 독성과 염증 유발 원리를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이 분석한 물질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다. 생수병 뚜껑과 식품 포장재, 일회용 용기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소재다.
이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되거나 분해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로 변한다. 특히 크기가 매우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공기 중에 떠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폐포 깊숙이 유입될 수 있다.
그동안 나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 연구는 실험용 입자를 확보하기 쉬운 폴리스티렌(PS)에 집중됐다. 반면 실제 생활에서 사용량이 많은 PE와 PP가 폐에 미치는 영향과 구체적인 염증 발생 과정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PE와 PP 나노입자를 직접 제작한 뒤 디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입자와 폐 독성을 비교 분석했다.
실험 결과 두 종류의 나노플라스틱 모두 폐에 유입됐을 때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PE 나노플라스틱은 디젤 매연 입자보다 강한 염증 반응을 유발했다. 입자의 표면적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PE와 PP 모두 디젤 매연보다 훨씬 높은 염증 유발 잠재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이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도 밝혀냈다.
나노플라스틱이 폐포에 침투하면 외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면역세포인 ‘폐포 대식세포’가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활성산소(ROS)가 과도하게 생성된다.
활성산소는 주변 면역세포를 자극하고 염증 반응을 증폭시켜 폐 조직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면역 조절과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활동이 달라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평가할 때 입자의 무게뿐 아니라 표면적과 표면 반응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관리 기준은 주로 질량 농도를 중심으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같은 무게라도 입자의 크기와 표면적에 따라 생체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실험 조건에서 확인된 급성 폐 염증 반응으로, 일상적인 나노플라스틱 노출이 사람에게 동일한 수준의 폐 손상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인체 위해성을 판단하려면 노출량과 장기적인 영향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정진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플라스틱의 나노입자가 호흡으로 폐에 유입됐을 때 활성산소 생성과 표면 반응성을 중심으로 폐 염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나노입자의 특성을 고려한 보다 입체적인 환경·보건 기준을 마련하는 데 유용한 과학적 근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해물질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 어드밴시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Advances)’ 9월 30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