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년까지 전 사업장 퇴직급여 사외적립 추진
경영계 “노후소득 보장 취지 공감…단계적 시행·지원 필요”
기금형 투자손실 우려
국민연금공단 참여에도 신중론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경영계가 정부의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방침에 대해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제도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해서는 투자손실에 대비한 가입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며, 국민연금공단의 사업 참여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에 대해 29일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우선 퇴직급여 수급권을 보장하고 퇴직연금 운용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는 과정에서 중소·영세기업의 재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는 사실상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치”라며 “중소·영세 사업장의 재정 여건과 제도 운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여 좀 더 세심한 단계적 시행과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퇴직급여 사외적립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회사 내부에 보관하는 대신 금융기관 등 외부에 미리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거나 폐업하더라도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거쳐 2028년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2029년에는 10~99인 사업장으로 적용 대상을 넓히고, 2030년부터는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이 의무화 시점보다 앞서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일정 소득 기준 이하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부담금의 10%를 지원할 계획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퇴직연금 신규 도입 시 경영자금 융자금리를 2%포인트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는 총 122억원이 반영됐다.
경영계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여러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모아 전문 수탁기관이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개별 근로자나 기업이 금융기관과 계약하는 방식과 달리 전문기관의 운용 역량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경총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금형 퇴직연금은 운용성과에 따른 손익이 전적으로 가입자에게 귀속되는 만큼 투자위험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률 제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조성하기보다는 투자위험 관리와 가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수탁법인에 엄격한 인가 절차를 적용하고, 가입자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법적 책임을 부여할 방침이다. 운용 과정에서 의무 위반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퇴직연금사업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경총은 근로복지공단이 이미 중소기업을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인 ‘푸른씨앗’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공단까지 기금형 퇴직연금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간 역할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퇴직연금시장의 공정경쟁과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방안을 반영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다음 달 마련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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