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의료기기 등 매년 50개 사 선정
R&D 전담은행 통해 600억원 투자·900억원 보증
중기부·복지부 공동 발굴…임상·사업화 연계 지원
정부 “매출보다 성장 가능성 중심으로 평가”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정부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을 선도할 유망 중소벤처기업 200개 사를 오는 2030년까지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매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50곳을 선정해 최대 5년간 기술개발부터 임상,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지원한다. 이를 위해 3년간 600억원의 투자와 900억원 규모의 사업화 보증도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보건복지부는 29일 충남 천안 종근당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제약·바이오 프론티어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벤처투자 위축과 창업 감소로 혁신생태계의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0년 23조2000억원에서 2024년 31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반면 바이오 벤처기업 창업은 2020년 581개에서 2023년 288개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우선 신약개발과 의료기기·디지털헬스, 바이오소재·생산기술 등 3대 분야에서 유망기업을 발굴한다. 매년 신약개발 20개 사, 의료기기·디지털헬스 20개 사, 바이오소재·생산기술 10개 사 등 총 50개 사를 선정해 2030년까지 200개 사를 육성할 계획이다.
중기부와 복지부는 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지원 분야와 평가 기준, 기업 선정 및 지정 취소 등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선정된 기업에는 성장디렉터를 일대일로 배정한다. 기업별 기술 수준과 성장단계를 진단하고 맞춤형 성장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초기 2년간 연구개발(R&D)과 임상, 사업화 등을 지원한 뒤 성과평가를 거쳐 우수기업에는 3년간 추가 지원한다.
특히 정부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투자금 회수에 10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라며 “2년 뒤 평가에서 기술이전이나 매출만을 성과지표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성장 가능성에 따라 목표를 제시하고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지표를 반영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업종 특성에 맞게 성과지표를 적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R&D 전담 은행의 투자 전담 계열사를 통해 3년간 총 600억원을 투자한다. 전담 은행이 기술보증기금에 150억원을 출연해 총 900억원 규모의 사업화 보증도 공급한다.
다만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지원 규모가 충분한지를 두고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박 실장은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R&D 투자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AI·딥테크 펀드와 복지부 메가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다양한 투자 수단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600억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는 R&D 전담 은행이 직접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펀드와 보증,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별 기업에 일률적으로 자금을 배분하기보다 성장단계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기업들이 임상과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향후 사업 운영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지원도 강화한다. AI 신약 개발 모델의 검증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공공 의료·바이오 데이터 활용을 확대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시험 감축 등 글로벌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가노이드와 장기칩 등 동물 대체 시험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임상 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원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임상·허가·품질 공정(CMC)·생산을 연계한 기술 검증과 사업화 지원도 확대한다.
해외 진출 지원도 추진한다.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기관,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기업의 기술 수요에 맞춘 국제 공동 R&D를 확대한다. 중기부의 미국 시카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복지부의 텍사스 메디컬센터(TMC) 등 해외 거점도 연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제약·바이오 분야 중소기업 창업 500개, 수출액 55억달러 달성도 추진한다.
이소영 중기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개별사업 중심의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중기부와 복지부가 유망기업을 공동 발굴·선정하고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육성하는 새로운 협업형 기업육성모델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새로운 기술이 국가 핵심 먹거리로 꽃피울 수 있도록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우수한 연구 성과가 실제 임상과 제품으로 이어지기 위해 기술개발뿐 아니라 임상·인허가·사업화까지 전 과정에 거친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라며 “복지부의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성과 병원·임상 인프라를 중기부의 기업 성장지원 역량과 긴밀히 연계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