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암 악액질 완화 항체 후보물 개발
- 생쥐 악력 30% 개선, 항암치료 병용 기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으로 인한 식욕 저하와 근육 손실을 막는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 후보물질은 동물실험에서 체중과 근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KAIST는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연구팀이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KAIST 교원창업기업 토르 테라퓨틱스 대표) 연구팀과 공동으로 암 악액질을 완화하는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GB2Ab’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암 악액질은 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단순한 영양 부족과 달리 신체의 에너지 대사에 이상이 생기면서 근육과 지방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도 회복이 쉽지 않아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항암치료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연구팀은 암 악액질을 유발하는 핵심 신호전달 체계인 ‘GDF15-GFRAL’에 주목했다. 암이나 심한 스트레스로 혈액 속 GDF15 단백질이 증가하면 뇌간에 있는 GFRAL 수용체와 결합해 식욕을 떨어뜨리고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이 개발한 GB2Ab는 GDF15가 결합하는 GFRAL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는 항체다.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도록 만드는 신호를 차단해 근육과 지방 손실을 줄이는 원리다.
특히 연구팀은 항체와 수용체가 결합하는 3차원 입체구조를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항체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치료 효과도 확인했다. 대장암 세포를 이식해 암 악액질을 유발한 생쥐에 항체를 투여한 결과, 음식 섭취량이 회복되고 근육과 지방 손실이 억제됐다.
종양 무게를 제외한 체중은 항체를 투여하지 않은 생쥐보다 약 20% 높았다. 물체를 움켜쥐는 힘인 악력도 약 30% 개선돼 정상 생쥐의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항체 투여 이후에는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도 감소했다. 단순히 식욕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몸에서 에너지가 지나치게 소모되는 현상까지 완화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정상 생쥐에 고용량을 투여한 실험에서도 체중과 음식 섭취량에 뚜렷한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추가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효능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항체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으로 인해 쇠약해지는 환자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항암치료와 병행하면 환자가 체중과 근력을 유지하면서 치료를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인간화 항체 후보물질 ‘3D-hz-GB2Ab’를 확보했으며, 피하 투여 방식으로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앞으로 생산공정 최적화와 반복투여 독성시험 등 후속 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면역항암제와 병용했을 때의 효과도 검증할 계획이다.
김호민 교수는 “식욕 회복뿐 아니라 근육과 지방 손실을 줄이고 신체 기능을 지켜 암 환자가 치료를 이어갈 힘을 보존하도록 돕는 치료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송민호 교수는 “축적된 신약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후속 개발을 가속화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항암치료를 지속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0월 28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