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특구 내 허용에 “신중한 접근 필요…체리피킹 소지”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연합]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특정 기업이나 산업단지가 독점할 수 있게 하는 ‘원전 전력구매계약(PPA)’을 허용하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 곤란’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 등에 따르면 기후부는 지난 3월 원전 PPA를 허용하는 2개 법안에 대해 “저렴한 전력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기후부는 원전 PPA를 ‘체리 피킹(유리한 부분만 골라 취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국내 발전량 31%를 차지하는 대규모 원전을 특정 (수소특화)단지가 독점하면 국가 전력 수급 관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렴한 원전 전력을 특정 소비자에게만 독점 허용하는 것은 대다수 전기 소비자인 국민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전기사업법 취지와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후부는 최근 원전 PPA와 초광역특구법(메가특구법)상 특구 내 PPA 허용 규정에 대한 박 의원실 질의에 “원전 PPA 허용은 평균 전력 구입 단가가 상승하고 소비자 요금 부담이 증가시킬 요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와는 달리 수용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가 전력시장 밖 PPA를 통해 특정 사업자에게 공급되면, 다른 전기 소비자는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써야 한다.

결국 한국전력이 발전소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이 평균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가중하게 된다.

박 의원실이 올해 상반기 구입 전력 단가를 토대로 계산해보니 월성원전 2호기가 생산한 전기(연간 48억kWh)를 한 기업이 독점할 경우 다른 전기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할 전력 구입비는 2800억원에 달했다.

원전은 입지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것까지 전(全) 주기에 걸쳐 막대한 재정과 사회적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원전 PPA를 허용하면 전기요금 부담 증가를 제외해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기후부가 원전 PPA 허용 시 전기요금 인상을 서면으로 인정하고, 신중이란 말에 머무르면 결국 수용으로 가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라면서 “가동 중인 원전과 신규 원전 모두 PPA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부는 이날 별도 설명자료를 통해 “초광역특구법을 비롯해 원전 PPA를 허용하는 법안에 지속·일관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일반 소비자 전기요금 부담 증가 우려와 원전 전력 독점 사용에 따른 체리피킹 소지 등을 고려해 원전 PPA는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