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60% 초과 대부계약 원금·이자 모두 무효

상품권 예약매매 사건서 무효확인서 증거로 채택

10월26일 기준 573건 발급…관련 채무 941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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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금융감독원이 발급한 불법사금융 ‘무효확인서’가 처음으로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무죄 판단 근거로 활용됐다. 연이율 60%를 넘는 초고금리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라는 판단이 실제 수사·재판 단계에서 피해자 구제 수단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상품권 예약매매와 관련해 불법사금융업자가 피해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금감원의 무효확인서를 판단 근거로 활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지난달 29일 내려졌으며 무효확인서가 형사재판의 무죄 판단에 활용된 첫 사례다.

사건은 형식상 상품권을 사고파는 거래였지만 법원은 실질적으로는 소액 대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상품권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지급한 돈도 판매자의 기망에 속아 건넨 것이 아니라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회수하지 못할 위험까지 감수한 자금으로 봤다. 금감원이 해당 거래를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으로 판단해 발급한 무효확인서가 이 과정에서 증거로 활용됐다.

무효확인서가 법적 분쟁에서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불법사금융 피해자가 상품권 구매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지급명령에서도 법원이 무효확인서를 참고해 피해자의 반환채권을 인정한 사례가 지난 8월 나왔다. 민사 절차에 이어 형사재판에서도 효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무효확인서는 지난해 7월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연이율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 등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대해 금감원장 명의로 발급하는 문서다. 해당 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불법추심 중단이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홈페이지에 무효확인서 신청 창구를 열어 피해자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과 동시에 신고인과 불법사금융업자에게 경고 문자를 보내 추심 중단을 유도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는 채무자대리인 선임과 소송구조, 전화번호·SNS 계정 이용중지, 수사의뢰 등 다른 피해지원 제도도 함께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편했다.

서울 한 거리에 불법 대부업체의 대출 전단지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
서울 한 거리에 불법 대부업체의 대출 전단지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

지난 26일 기준 금감원이 발급한 무효확인서는 573건으로 관련 채무는 941건에 달한다. 발급된 확인서는 신청인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불법사금융업자의 연락처가 확인되는 경우 금감원이 직접 업자에게 보내 추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무효확인서는 대부업법이 개정된 지난해 7월22일 이후 체결된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한해 발급된다. 실제 대출일과 상환일, 대출액과 상환액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 내용이나 입출금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앞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과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무효확인서를 수사·소송의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신청·피해신고 정보는 불법사금융 수사지원을 위한 인공지능(AI) 분석체계에도 반영하고 발급 검토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담인력도 확충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불법사금융 대응 강화를 위해 온라인 불법 대부광고 신고 포상제 도입과 모든 온라인 대부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불법사금융 범죄에 위장수사를 도입하고 신용회복위원회 상담 단계에서 경찰 수사의뢰까지 바로 이어지도록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