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미회담 타진 속 中 ‘뒷배’ 강조 풀이
국제사회 대북제재 무력화 자신감 표현
한미일 연합에 북중러 대응 전선구축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전격 방문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당일치기 ‘깜짝방중’은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이후 긴장이 고조된 한국에는 북중친선을 과시하고, 북미회담을 타진하는 미국에는 중국이라는 ‘뒷배’를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혈맹단계에 올라선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시계추 외교’ 메시지까지 담은 다목적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전날 중국의 6·25전쟁 참전 76주년 기념일을 맞아 북한 당정 간부들이 중국인민지원군을 기념하는 평양 우의탑에 헌화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양국간 밀월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을 방문해 권력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만나 항미원조기념관을 참관한 데 이어 또다시 ‘혈맹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는 뜻의 ‘항미원조’라 부르며, 중공군이 1950년 북한에 가서 첫 전투를 했던 10월 25일을 참전일로 기념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러시아의 안보 지원을 확보한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과시하면서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을 본격화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새로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건너간 것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유엔 제재 등을 어느 정도 위반하더라도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버스공장 시찰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차량을 통한 당일방문은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앞으로 북중 간 실무차원 방문이 수시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단둥 현지 버스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생산된 제품들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운송수단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버스공장 방문을 통해 대북제재 무력화와 북중 간 실질적 협력 강화를 시사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중은 ‘항미원조’라는 용어 자체로 미국을 견제하며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큰 선물’을 받아내기 앞서 중국의 지원을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재확인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를 과시한 측면이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방중이냐, 그것까지는 너무 큰 확대 해석”이라면서도 “하노이 노딜 이후 조용했던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여보겠다는 시그널로도 읽히는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서반구 중심으로 동맹국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재편을 하듯이 중국은 자신의 블록 내에 있는 불안정성에 대해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한미일 연합에 대응하는 전선을 구축하는 성격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 직전 사망설이 번진 상황에서 방중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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