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열 4위’ 만남으로 사망설 불식

‘당일치기’로 파격·수시방문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앞두고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북중 간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친선 계승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앞두고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북중 간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친선 계승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나고 돌아왔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해 9월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이후 1년 1개월 만이자 6번째로, 방중 일정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나지 않은 채 돌아간 것은 처음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전 다섯 차례 방중에서 보였던 문법을 파괴하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 첫 방중을 포함해 다섯 차례 중국을 갈 때마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이번엔 ‘서열 4위’ 왕 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이 26∼29일 베이징에서 주요 행사인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작용했지만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장소를 단둥으로 정한 것과 차량으로 이동한 당일치기 일정 역시 전례가 없다. 또 지난해 베이징 방문 때만 해도 중국 외교부와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약 일주일 앞두고 관련 일정을 알렸지만, 이번에는 양국 매체의 사전 발표 없이 당일 방중 소식이 전해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차량을 통한 당일방문은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앞으로 북중 간 실무차원 방문이 수시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단둥 현지 버스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생산된 제품들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운송수단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버스공장 방문을 통해 대북제재 무력화와 북중 간 실질적 협력 강화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항미원조기념관 참관 등의 행보를 보인 만큼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재확인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를 과시한 측면이 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는 뜻의 ‘항미원조’라 부르며, 중공군이 1950년 북한에 가서 첫 전투를 했던 10월 25일을 참전일로 기념하고 있어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 자체로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냈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보도에선 북중 관계에 대해 ‘혈맹’이란 표현이 1번만 등장했지만 북한 보도에선 유사한 표현이 6차례나 사용됐다. 북한이 북중의 결속을 부각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김 위원장에 대한 사망설이 번진 만큼 ‘중국 서열 4위’와의 만남으로 한국과 국제사회에 건재를 과시한 측면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당 소문이 퍼졌지만 정보가 통제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youkn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