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활용…나트륨 수송 기능 회복
환자별 돌연변이 관계없는 치료법 기대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국내 연구진이 희귀 유전성 콩팥질환인 ‘기텔만 증후군’의 유전적 결함을 보완하고, 콩팥 세뇨관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환자마다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기텔만 증후군 환자의 유전적 결함을 보완하고, 콩팥 오가노이드에서 나트륨 수송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기텔만 증후군은 인구 약 4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성 콩팥질환이다. 콩팥에서 나트륨과 염소의 재흡수를 담당하는 수송체를 만드는 ‘SLC12A3’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소변으로 염분이 과도하게 배출되면서 저칼륨혈증과 저마그네슘혈증 등 전해질 이상이 나타난다. 전해질 불균형이 만성화되면 피로와 무기력증을 비롯해 부정맥, 심정지, 근육 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원인 유전자를 바로잡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전해질을 보충하는 대증요법에 의존해 왔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CRISPR/Cas9’을 활용해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로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2명의 혈액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뒤, 정상 SLC12A3 유전자 전체를 염색체의 특정 위치에 삽입했다.
이 방식은 환자마다 다른 돌연변이를 하나씩 교정하는 대신 정상 유전자를 통째로 넣는 방식이다. 다양한 돌연변이에 적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교정한 줄기세포를 실제 콩팥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콩팥 오가노이드’로 배양해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나트륨과 염소를 운반하는 단백질의 양이 정상 수준에 근접하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오가노이드를 100으로 설정했을 때 교정 전 환자 2명의 오가노이드는 각각 55와 59 수준이었지만, 교정 후에는 89와 93으로 높아졌다.
실제 나트륨 수송 기능의 회복도 확인됐다. 유전자 교정 전에는 혈압 조절 호르몬인 안지오텐신 II에 반응하지 않던 신호전달체계가 교정 후 정상 오가노이드와 유사하게 작동했다. 나트륨 수송을 억제하는 티아지드 계열 이뇨제에 대한 반응도 회복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유전성 콩팥질환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환자 유래 세포와 콩팥 오가노이드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개념증명 단계로, 실제 치료법 개발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정병하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교정 기술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콩팥 오가노이드 기술을 결합해 유전성 콩팥질환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유전자 전달 기술과 생리적인 유전자 발현 조절 기술을 발전시키고, 동물모델 등에서 장기간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가톨릭의대 장기이식연구소 임선우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이재영 교수 연구팀 등이 공동 수행했다.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국제학술지 ‘Stem Cell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다.
정병하 교수 연구팀은 최근 신장이식 환자의 항체 형성 기전을 규명한 연구로 ‘2026년 제36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특정 항체 형성 과정에 B세포뿐 아니라 Th17 세포와 IL-17 신호전달 경로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신장이식 거부반응 예방을 위한 새로운 면역조절 표적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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