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유기분자 결합 신소재 활용…트랜지스터 23개 정상 작동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반도체의 전류를 켜고 끄는 핵심 부품인 ‘전극’을 원하는 성능에 맞춰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 금속 대신 금속과 유기분자를 결합한 신소재를 활용해 반도체 전극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향후 전력 소비를 줄이고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맞춤형 전극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국립부경대학교, 포스텍(POSTECH), 연세대학교와 공동으로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MOF)를 이용한 반도체 게이트 전극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트랜지스터는 전기 신호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반도체의 기본 소자다. 게이트 전극은 트랜지스터에 전압을 가해 전류를 켜고 끄는 역할을 한다.
현재 게이트 전극에는 전기가 잘 흐르는 금속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금속은 종류에 따라 전자적 특성이 정해져 있어 반도체의 작동 조건에 맞춰 성질을 자유롭게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과 유기분자를 결합한 전도성 MOF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기체 상태의 원료를 반응시키는 화학기상증착(CVD) 기술을 이용해 MOF를 균일한 박막으로 제작했다. 이어 반도체 제조에 활용되는 포토리소그래피와 식각 공정을 적용해 원하는 형태의 미세 전극을 구현했다.
특히 두 종류의 식각액을 순차적으로 사용해 가공 과정에서 소재가 손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했다. 가공 후에도 MOF의 구조와 전기적 특성이 대부분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전극을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이텔루륨화몰리브덴(MoTe₂), 산화물 반도체(IGZO) 등 서로 다른 3종의 반도체에 적용했다.
실험 결과 MOF 전극을 적용한 트랜지스터는 기존 백금 전극을 사용한 소자와 비슷한 전류 제어 성능을 보였다.
여러 소자를 동시에 제작하는 실험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하나의 기판에 IGZO 트랜지스터 23개를 제작하고 MOF 전극을 적용한 결과, 23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내구성도 확인했다. IGZO 트랜지스터는 게이트 전압을 400회 연속으로 가한 뒤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MoS₂ 트랜지스터 역시 약 1년간 대기 중에 보관한 이후에도 전극의 작동 특성이 유지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다양한 MOF 소재를 적용하고 대면적 박막 제작과 미세 가공 정밀도, 장기 신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게이트 전극뿐 아니라 소스·드레인 전극과 반도체 채널 등으로 활용 범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박선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도성 MOF를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 가공해 실제 트랜지스터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소자의 목적에 맞춰 전자적 특성을 설계할 수 있는 맞춤형 전극으로 발전시켜 차세대 반도체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9월 15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