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C 결함 발광 파장 424→459㎚ 확인

- SiC 반도체 국제기준 개정 근거 마련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전력반도체를 들어보이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전력반도체를 들어보이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사용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불량을 판별하는 국제기준에 15년간 잘못 적용돼 온 오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반도체 내부 결함을 구별하는 빛의 파장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원자 단위 분석으로 입증한 것이다. 전력반도체 품질 검사 정확도를 높이고 제조 공정의 불량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나문경 박사 연구팀이 충남대, 호리바에스텍코리아, SK실트론과 공동으로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의 결함 판별에 사용되는 발광 파장이 기존 424나노미터(㎚)가 아닌 459㎚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SiC 전력반도체는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전기차와 태양광·풍력 발전설비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원자층이 정상적인 배열에서 벗어나는 ‘적층결함’이 발생하면 전력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반도체 품질 관리의 핵심이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웨이퍼를 손상시키지 않고 결함을 찾아내기 위해 빛을 비춘 뒤 방출되는 빛의 파장을 측정하는 ‘광발광(PL) 검사’를 활용한다. 결함마다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내는 특성을 일종의 ‘지문’처럼 이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약 15년간 특정 결함을 식별하는 데 사용된 파장 정보가 잘못됐다는 점이다.

원자구조 관찰 광발광(PL) 측정 이론 계산을 연계해 ‘(41) 적층결함’의 진짜 파장(459nm)을 규명한 데이터.[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원자구조 관찰 광발광(PL) 측정 이론 계산을 연계해 ‘(41) 적층결함’의 진짜 파장(459nm)을 규명한 데이터.[한국전기연구원 제공]

그동안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기준에는 ‘(4,1) 프랭크형 적층결함’이 424㎚의 빛을 방출하는 것으로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해당 파장과 실제 원자 배열이 정확히 일치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검증은 부족했다.

연구팀은 상용 SiC 웨이퍼 207장에서 확보한 10만여개의 결함 데이터를 분석해 프랭크형 적층결함의 특성을 추적했다.

특히 빛을 이용해 결함 위치를 찾아낸 뒤 해당 부위를 나노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잘라내 원자분해능 주사투과전자현미경으로 실제 원자 배열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총 176개의 초미세 시편을 제작했으며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이론 계산까지 병행해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했다.

그 결과 기존에 424㎚로 알려졌던 ‘(4,1) 프랭크형 적층결함’의 실제 발광 파장은 459㎚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오랫동안 사용돼 온 결함 판별 기준의 오류를 바로잡을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결함의 빛 신호와 실제 원자 구조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의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제조 공정 개선과 전력반도체 수율 및 신뢰성 향상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악타 머티리얼리아(Acta Materialia)’에 게재됐다.

나문경 박사는 이번 연구를 비롯한 SiC 반도체 결함 분석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 연구상인 ‘2026 호리바 마사오상’에서 특별언급상(Honorable Mention)을 수상했다. 2004년 시상 시작 이후 국내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로는 첫 수상이다.

나문경 박사는 “빛의 신호와 실제 원자 구조를 직접 연결해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글로벌 판별 기준의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