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원투수’ 성과 입증…오너·LP 모두 웃었다

5호 펀드 조성 순항 중…8000억 규모 조성 초읽기

검증된 트랙레코드로 운용사 첫 F&B 딜 완성 ‘눈앞’

[AI를 활용해 제작]
[AI를 활용해 제작]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음 투자를 위한 실탄을 채웁니다. 같은 인수·합병(M&A) 시장을 뛰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전략과 성과는 제각각입니다. [하우스리뷰]는 주요 운용사들이 올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토종 1세대 사모펀드(PEF)의 내공은 올해도 어김없이 통했다. H&Q코리아(이하 H&Q)는 운용사 특유의 노련함과 신속한 실행력을 동시에 보여주며 올 한 해를 성공적으로 채워나갔다. 현대엘리베이터에서는 예상보다 빨리 투자금을 거뒀고, 5호 블라인드 펀드는 다양한 출자자(LP)를 모으며 1차 클로징을 했다. 이제는 파이브가이즈 인수로 새 성장 동력까지 노리고 있다.

H&Q는 과거 만도, 케이에스넷, 잡코리아, HK이노엔, 일동제약 등 굵직한 투자 건에서 ‘잭팟’을 터뜨리는 등 화려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하우스다. 3호 블라인드 펀드 결성 당시에는 국민연금의 ‘실적 우수 운용사’로 선정돼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출자를 확정받았을 정도다. 오랜 기간 다져온 저력에 힘입어 올해 역시 구원투수 역할부터 실탄 확보까지 빈틈없는 성과를 남겼다.

성공적 ‘백기사 엑시트’…현대엘리베이터 투자금 회수 마무리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올해 가장 빛난 성과는 단연 현대엘리베이터이다. 지난 5월 현대그룹 지주사인 현대홀딩스컴퍼니는 H&Q와 맺었던 주식담보계약과 공동보유계약을 해지했다. 30개월에 걸친 동행이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다.

출발은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홀딩스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며 배상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H&Q는 현대홀딩스컴퍼니에 약 3100억원을 투입하며 ‘백기사’로 등판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으로 투자 구조를 세분화해 리스크를 관리한 점이 돋보였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는 단계적으로 정교하게 이뤄졌다. 먼저 지난해 10월 보유하고 있던 EB 전량을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지분으로 전환한 뒤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해 약 1600억원을 거둬들였다. 이어 올해 현대그룹이 남은 대금을 최종 정산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마무리지었다.

이번 딜은 H&Q의 4호 블라인드 펀드가 결성된 지 5년 만에 거둔 첫 엑시트 성과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회수 시점보다 2년가량 크게 단축됐다. 덕분에 대기업 오너가는 경영권을 지켰고, LP는 높은 수익률을 챙겼다. 모두가 웃은 ‘상생 엑시트’다. 대기업 거버넌스 이슈가 얽힌 난도 높은 딜을 안정적으로 매듭지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제회·금융사 고른 출자…5호 블라인드 펀드 연내 결성 박차

[AI를 활용해 제작]
[AI를 활용해 제작]

펀드레이징 한파 속에서도 H&Q의 저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블라인드 펀드 출자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었지만, ‘케이한누리제오호사모투자’를 세우고 연내 조성을 목표로 5호 펀드 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목표 규모는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펀딩은 첫 단추부터 탄탄히 꿰어졌다. 지난 5월 4000억원 규모로 집계된 1차 클로징에서 다채롭고 견고한 LP 라인업을 확보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0억원을 출자하며 앵커 LP 역할을 맡았고, 행정공제회와 우정사업본부, 과학기술인공제회, 군인공제회를 비롯해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민간 금융기관에서도 출자를 약정했다.

올해 결실을 본 현대엘리베이터 엑시트 성과 역시 펀드레이징에 긍정적인 동력이 될 전망이다. 4호 펀드의 성공적인 회수 실적이 올해 구체적인 숫자로 입증된 상태에서 LP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의 PEF 출자 재개 여부가 주요 변수로 거론되지만, 이미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균형 있게 유치해 후속 클로징 기반을 마련한 만큼, H&Q는 연말까지 추가 LP를 모아 펀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F&B 시장 첫 영토 확장…한화갤러리아 ‘파이브가이즈’ 인수 사활

파이브가이즈 용산 매장 전경 [한화갤러리아 제공]
파이브가이즈 용산 매장 전경 [한화갤러리아 제공]

신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자회사 H&Q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한 대형 F&B 브랜드 인수가 눈길을 끈다. H&Q에쿼티파트너스는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이자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운용사 역사상 첫 F&B 딜이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H&Q에쿼티파트너스는 올해 6월 양해각서(MOU)를 재체결하며 협상을 이어왔다. 현재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완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은 600억~700억원이다.

양측 간 밸류에이션 이견은 크지 않지만, 복수 국가의 법률 및 세무 검토가 얽힌 크로스보더 딜 특성상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분위기다. H&Q에쿼티파트너스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세부 조건을 가다듬으며 막바지 작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