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측, 한화 주식 저가 매각 주장했지만 패소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8370억 소송도 기각
고려아연 “합리적인 경영 판단”…MBK·영풍은 항소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MBK파트너스 측과 벌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같은 날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한 8370억원 규모의 소송에서도 승소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책임을 물으려던 MBK·영풍 측의 청구가 잇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가 지난 22일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고려아연이 2024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543만6380주(지분율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거래에서 비롯됐다.
당시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에 대응해 자기주식을 취득한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화 지분을 처분했다. 당시 재무 상황과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한 경영상 결정이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MBK 측은 해당 지분이 적정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됐으며,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회장과 박기덕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주식을 처분했다며 지난해 5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최초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196억원이었다. 이후 MBK 측은 올해 6월 청구액을 변경해 주위적으로 약 2759억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이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약 304억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당시 주식 매각가격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결정됐으며, 거래 역시 관련 법령과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MBK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에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문제 삼아 영풍 측이 제기한 837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고려아연이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영풍 측은 당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사들이 공개매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외부 법률자문과 관련 가처분 결정 등을 검토했고, 자금조달 방안도 고려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토대로 해당 경영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기주식 취득 재원으로 특정목적 임의준비금을 사용한 것이 상법이나 정관에 위배된다는 영풍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만큼 그동안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주장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당시의 재무 상황과 경영상 필요성을 고려해 내린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MBK·영풍 측이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법적 분쟁이 장기화하면 회사의 투자 활동과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앞으로도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성장 기반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적 공방이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영풍·MBK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소송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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