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필라이, 2026 평화상 선정
트럼프 꼬집은 촌철살인 풍자도
“진실 말하는 데 용기 필요 없다”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박수를 조금 더 쳐주시면 트럼프와 이 상을 나눠 가질 수도 있겠네요.”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나비 필라이(85)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이 수상 직후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필라이 재판관은 9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포럼 참석 중 수상 소식을 접하고 “이거 농담이겠지 싶었다”며 “변호사이자 판사인 만큼 사실 여부부터 확인하고 싶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필라이 수상자의 발언은 평소 중동 분쟁 중재와 전쟁 억제 등을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8개의 전쟁을 해결했다”며 자신에게 상을 주지 않는 것은 노벨위원회의 불명예가 될 것이라고 압박해 왔다.
필라이 재판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제조사위원장으로서 가자지구 내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를 보고서로 제출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보고서에 대해 용기 있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사실을 직시하고 법률을 공정하게 적용하는 일에 왜 용기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85세가 됐지만 불의를 멈추는 일은 중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이날 오슬로에서 제125회 평화상 수상자로 필라이 재판관을 발표하며 “국제법 규범이 거센 위협에 직면한 시대에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국제 사법 정의가 위협받는 지금 이보다 더 적절한 선정은 없다”며 “여러 국가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옹호하는 상황에서 집단학살 범죄를 규명한 유엔 조사위원회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필라이 재판관은 과거 넬슨 만델라의 변호인을 지냈으며, 남아공 고등법원 판사,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소장,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을 역임한 국제 인권 법조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287건의 후보가 추천됐으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오슬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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