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지낸 남아프리카공화국 법률가 나비 필라이(85)가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평화와 국제법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필라이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외르겐 바트네 프리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필라이를 “탁월한 용기와 강직함으로 더 포괄적인 국제 법질서를 향한 길을 이끈 인물”이라며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 집단학살이 기소되도록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프리드네스 위원장은 “필라이는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었고 폭력과 분쟁의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줬다”며 “그는 맡은 모든 자리에서 개인과 국가가 법의 지배를 따를 책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1941년 남아공에서 태어난 필라이는 1967년 고향인 나탈주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1995년 남아공 고등법원 대리판사가 됐고, 같은 해 유엔총회에서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재판관으로 선출됐다. 필라이는 이곳에서 8년간 재판관으로 일했고 마지막 4년(1999~2003년)은 소장을 맡았다. 르완다 재판소는 전시 성폭행이 반인도 범죄이자 특정 집단을 파괴할 목적일 경우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첫 국제재판소다.
필라이는 이후 ICC 재판관을 거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냈다. 2021년부터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만든 ‘팔레스타인 점령지·이스라엘 독립국제조사위원회(COI)’의 위원장을 맡았다.
필라이는 COI에서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이스라엘은 COI의 보고서를 “왜곡되고 거짓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필라이는 북한 구금시설 실태를 다룬 준사법적 조사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평화상 후보에는 287명(단체 포함)이 추천됐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수단 내전 속 구호 활동을 벌인 ‘긴급대응실’, 우크라이나 아동 구조 활동가, 국제재판소 2곳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올해는 노벨평화상 제정 125주년이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오슬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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