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박남춘 거쳐 박찬대까지… 지역 출신 시장의 연속성, 도시 위상 변화로 이어질까
‘경인선’부터 ‘서울 인천공항’까지…서울에 가려진 도시 정체성
박찬대의 ‘인천 리레이팅’, 구호 넘어 성과로 증명해야
공항·항만·바이오 품은 인천, 수도권의 일부로만 볼 것인가
인천은 누구의 도시인가.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품고 세계적인 바이오산업 기반과 국제도시 송도를 키워 왔지만 도시의 이름과 위상은 여전히 서울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이 가진 역량과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에 비해 도시의 존재감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 출신 시장들이 잇달아 시정을 이끌어 왔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선 6기 유정복 시장, 민선 7기 박남춘 시장, 민선 8기 유정복 시장에 이어 지난 7월 출범한 민선 9기 박찬대 시장까지 인천 출신 인사들이 시정을 맡게 됐다.
지난 12년간 세 차례의 민선 시장 임기와 이번 민선 9기를 관통하는 공통점이다.
지역에서 성장하고 인천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접한 정치인이 시정을 이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천을 아는 시장, 인천의 가치를 높이는 시장
인천의 역사와 지역별 현안을 이해하고 도시가 겪어 온 소외와 불균형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출신 지역만으로 시정의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대한 이해가 실제 정책과 예산, 중앙정부와의 협상,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 민선 9기 박찬대 시장에게 시선이 모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인천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겠다는 ‘인천 리레이팅(Re-rating)’ 구상을 내놨다.
인천을 공항·항만·바이오산업과 300만 시민을 품은 ‘저평가 우량주’로 규정하고 서울 중심의 정책 구조와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도시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진단은 인천이 오랫동안 안고 온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면서도 독자적인 도시 정체성을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가. 국가 산업과 물류를 뒷받침하면서도 수도권이라는 틀에 묶여 지역의 특수성과 필요를 충분히 반영받고 있는가.
이 질문은 도시의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인천의 철도 역사를 상징하는 명칭은 ‘경인선’으로 익숙하고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역시 ‘경인고속도로’로 불린다.
국제 항공 시스템에서 인천공항이 서울과 연결된 이름으로 표기되는 사례도 박 시장이 인천의 저평가 문제를 설명하며 제시한 근거다.
물론 명칭 하나만으로 인천의 위상을 판단할 수는 없다. 서울과 인천이 수도권이라는 생활·경제권을 공유하는 현실도 있다.
하지만 인천의 이름이 서울 또는 수도권이라는 표현에 가려질 때마다, 개항도시이자 항만·공항도시로서 인천이 가진 고유한 역사와 경쟁력이 얼마나 독자적으로 알려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인천은 단순히 서울과 가까운 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 근대 개항의 출발점이자 국제 물류의 핵심 거점이며 송도를 중심으로 세계 바이오산업의 생산 기반을 구축해 온 도시다.
원도심과 신도시, 접경지역과 도서지역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의 현실을 하나의 ‘수도권’이라는 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래산업 육성부터 원도심·도서지역 균형발전까지
그렇다면 인천 출신 시장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어떤 변화로 증명돼야 할까.
첫째는 인천의 이름과 정체성을 독자적으로 세우는 일이다. 공항과 항만, 바이오산업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천이 대한민국의 성장과 국제 경쟁력에 어떤 역할을 하는 도시인지 국내외에 명확히 각인시켜야 한다.
서울의 배후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 전략을 세우고 국가 발전을 이끄는 도시라는 인식을 넓혀야 한다.
둘째는 도시의 잠재력을 시민의 삶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첨단산업 유치와 대규모 개발사업이 발표되더라도 지역 일자리와 소상공인 매출, 교통 편의,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의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송도와 청라 등 신도시의 성장뿐 아니라 원도심과 접경지역, 섬 지역의 생활 여건을 함께 개선하는 균형발전도 과제다.
셋째는 구호를 실행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박 시장이 제시한 인공지능·바이오·콘텐츠·에너지 분야의 미래산업 육성,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한반도 동서평화물류고속도로 구상은 인천의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계획들이다.
그러나 계획의 발표와 실제 성과는 구분해야 한다. 유치와 건설, 투자와 고용, 재원 확보와 사업 추진의 단계마다 구체적인 일정과 책임, 시민에게 돌아갈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 출신 시장이 시정을 맡는다는 사실만으로 인천의 오랜 과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유정복·박남춘 시장 시정의 경험과 성과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잘한 정책은 이어 가되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이나 인물의 출신보다 중요한 것은 인천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시민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다.
민선 9기 박찬대 시장이 내건 ‘인천 리레이팅’은 결국 인천 스스로 도시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선언이다.
인천 출신 시장의 연속성,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답해야
그렇다면 평가의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 인천의 이름이 얼마나 널리 알려졌는지, 미래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원도심과 섬 지역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시민이 인천에 산다는 자부심을 얼마나 느끼는지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 민선 6·7·8기 시장이 인천 출신이었고 민선 9기에도 인천 출신 시장이 시정을 이끌게 됐다. 이제 시민의 관심은 출신의 연속성 자체가 아니라 그 연속성이 만들어 낼 변화에 쏠린다.
인천을 잘 아는 시장에서 인천의 가치를 제대로 높이는 시장이 시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박찬대 시장의 ‘인천 리레이팅’이 서울에 가려진 도시라는 오랜 인식을 넘어 인천의 이름과 경쟁력, 시민의 삶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 출신 시장의 연속성이 인천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그 답은 민선 9기의 구체적인 성과에서 찾아야 한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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