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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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ETF만 1100여개...수익률 1등은 뭐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1000개를 훌쩍 넘는 ETF 중 어떤 것을 담아야 하는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마주치는 갈림길이 액티브와 패시브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TF는 지난 11일 기준 1163개로, 순자산총액은 439조78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ETF를 출시하는 회사수는 28개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말 297조1401억원에서 47.77% 늘어난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상장된 ETF 수는 105개나 늘었습니다. 약 5년 전인 2021년 말과 비교하면 성장 규모는 더욱 압도적입니다. 당시 ETF 순자산총액은 73조9675억원, 상장 종목수는 533개에 불과했습니다.

ETF는 개별 주식과 마찬가지로 기존 주식계좌를 통해 사고팔 수 있고, 어떤 종목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자산 구성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금액만으로도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 일반 펀드보다 운용보수가 낮다는 점 등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지수를 따라갈 것인가, 이길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ETF를 사야 할까요? 크게 ETF는 운용 방식에 따라 액티브와 패시브로 나뉩니다. 현재 상장되어 있는 ETF를 살펴보면 패시브 ETF는 841개로 약 72.3%를 차지합니다. 액티브 ETF는 322개로 27.7% 수준입니다.

2021년 말만해도 패시브 ETF가 491개로 전체의 92.12%에 달했습니다. 액티브 ETF의 비중은 10%(42개)가 채 되지 않았죠. 여전히 시장의 대세는 패시브이지만, 5년새 액티브가 가파르게 성장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패시브와 액티브, 무엇이 다를까요?

현재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패시브는 장기적인 꾸준한 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코스피200, S&P500, 나스닥100과 같은 지수를 복제하거나 우량주, 채권, 부동산 또는 그 밖에 회복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자산의 집합적 테마에 투자합니다.

매수 매도를 자주 할 필요가 없으며, 투자금의 가치는 시장의 등락을 따라갑니다. 펀드매니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운용보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특정 지수를 구성하는 광범위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분산효과도 큽니다.

반면 액티브 ETF는 시장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에서 출발합니다. 기초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와 달리,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합니다. 이때 기초지수는 ‘비교지수(벤치마크)’ 역할을 하며, 이를 웃도는 성과를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과 매매 시점 등을 선택합니다.

개별투자자의 목표 및 관심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충족할 수 있단 장점이 있고, 하락장이나 지수의 변동 폭이 큰 상황에서 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액티브 매니저는 변동성에 민첩하게 대응해 투자 포지션을 조정함으로써 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완전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일간 수익률 상관계수를 70% 이상(0.7) 유지해야 합니다. 패시브 ETF의 기준은 90% 이상(0.9)입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지수와 똑같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되, 일정 범위 내에서 재량껏 초과수익을 노리는 구조인 셈입니다. 지수와 다른 종목, 비중을 담아 운용할 경우 상관계수가 0.7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관계수 기준을 지키지 못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순자산 총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상관계수는 최근 1년간 ETF 순자산가치(NAV)와 비교지수의 일간 변동률을 토대로 산출돼 과거 운용 내역이 계속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단 상장한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ETF에는 해당 규정 적용이 유예됩니다.

이 같은 구조 탓에 ‘무늬만 액티브’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금융당국이 상관계수 규제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시행 시점은 현재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업계에서는 상관계수를 현행 기준보다 낮추거나, 기준 미달 기간과 상폐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12일까지 발생한 ETF 상관계수 기준 미달 공시는 총 561건으로, 지난해 전체(64건)의 8.7배에 달했습니다. 공시가 나온 상품도 지난해 2개에서 올해 18개로, 운용사도 2곳에서 9곳으로 늘었습니다.

실제 상폐 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TDF2030액티브 적격’, ‘ACE TDF2050액티브 적격’,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ACE TDF장기자산배분액티브’ 4개 종목이 상폐 됐습니다. 수익률이 비교 지수를 크게 상회하게 되면서 상관계수가 0.7 밑으로 떨어진 게 원인이 됐습니다.

그동안 ‘순자산 총액이 50억원 미만’이어서 퇴출당한 ETF는 여럿 있지만, 비교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로 상폐가 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도 같은 이유로 상폐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상장 1년이 안된 ETF는 유예한다는 규정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이에 보다 유연한 액티브 ETF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실제 성적표는 어땠을까?

그렇다면 상장된 ETF들의 올해 실제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상승률 상위권에는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대거 포진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ETF는 ‘HANARO Fn K-반도체’로 작년 말 종가와 비교해 지난 11일 기준 무려 137.18%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기의 비중이 87%를 웃도는 펀드로, 해당 종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RISE 네트워크인프라’(134.75%), ‘IBK K-AI반도체코어테크’(120.24%), ‘KODEX 200IT TR’(119.53%), ‘PLUS 글로벌HBM반도체’(115.24%), ‘TIGER 200 IT’(114.36%)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해당 종목 모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ETF입니다.

상위권을 사실상 패시브가 독식한 가운데, 액티브 상품 중에서는 ‘WON 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109.71%)가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어 ‘KODEX 아시아AI반도체exChina액티브’(99.97%), ‘UNICORN SK하이닉스밸류체인액티브’(99.42%), ‘ACE 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98.39%) 등도 우수한 성과를 냈습니다. 이들 상품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압도적인 종목입니다.

‘패시브 운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 처음 ETF를 도입하고, ETF 시장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미래 성장에 장기투자하는 패티브 ETF의 우수성을 꾸준히 강조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출간한 ‘누구나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다’란 책에서 ‘패시브 운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배 대표는 저서에서 “2000년 미국에서는 공정공시(FD) 제도 시행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면서 사실상 액티브의 우위가 사라졌고, 여기에 액티브 펀드들이 높은 보수에도 시장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반면 패시브 전략은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 성과를 제공하며 자금을 흡수했고, 블랙록과 뱅가드는 이 흐름을 주도하며 패시브 비즈니스를 적극 확대, 업계 리더로 자리매김했다”고 짚었습니다.

또 한국에서도 2016년 한미약품 늑장 공시사태와 2013년 CJ ENM 실적 유출 사건 등을 통해 공정공시가 강화되며 비공개 정보 활용이 어려워졌고, 액티브 매니저들의 성과 부진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배 대표는 이 과정에서 운용사의 비즈니스 초점이 ‘운용’에서 ‘상품과 마케팅’으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단일 매니저의 역량이 아니라, 특정 시장의 성과를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경쟁 과열로 ETF 시장에 ‘복제’가 흔해졌고, 점유율 확보를 위해 보수를 인하하는 ‘출혈 경쟁’은 장기적으로 ETF 산업 전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투운용은 최근 패시브와 액티브 조직을 분리하는 안을 추진 중입니다. 그동안 주력으로 키워오던 패시브 조직을 별도로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소형사들이 액티브 공략에 나선 이유

반면 중소형 운용사들은 액티브 ETF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대형 운용사들이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낮은 보수를 앞세워 패시브 시장을 장악한 만큼, 정면 승부 대신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종목 간 편차가 큰 코스닥 시장이나 트렌드가 급변하는 AI, 바이오 테마 등에서는 펀드매니저의 발 빠른 대처와 종목 선별 역량을 앞세워 차별화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입니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은 지난 11일 ‘FOCUS 금융반도체지주채권혼합50액티브’를 내놨습니다. 지난 4일에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HANARO 미국S&P500액티브’를 상장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MIDAS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를 선보였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에 강점을 보여온 DS자산운용은 창사 이래 첫 ETF로 지난달 ‘DS 코스닥액티브’를 출시했습니다.

결국 액티브와 패시브는 우열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다만 올해 성적표가 던지는 메시지는 조금 다릅니다. 상위권을 채운 상품은 액티브든 패시브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얼마나 담았느냐로 갈렸습니다. 특정 테마로 쏠린 장세에서는 ‘어떻게 운용하느냐’보다 ‘무엇에 투자했느냐’가 수익률을 결정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상관계수 규제라는 제도적 제약까지 더해지면서, 초과수익을 낸 액티브 ETF가 오히려 시장에서 퇴출되는 역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자자로선 운용 방식에 더해 구성 종목과 비교지수, 보수, 순자산 규모 등을 보다 꼼꼼하게 확인하고 투자의 방향성, 목표기간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