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비대칭 촉매작용 연구 수상시
배제됐던 카강, 역대 3번째 최고령 수상
日은 공동 수상으로 10번째 노벨화학상
소아이 교수 “짜릿한(Exciting) 날” 소감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의 영예는 프랑스의 앙리 카강 파리사클레대(파리남부대) 명예교수와 일본의 소아이 겐소 도쿄이과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비대칭 유기합성에서의 비선형 효과와 자가 촉매 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카강 명예교수와 소아이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수상자가 ‘동형 카이랄성(homochirality·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한쪽 방향성만 띠는 현상)’의 자발적 출현이란 화학계 미스터리에 해답을 제시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이 중 카강 교수는 1930년 12월생으로 현재 95세다. 수상 당시 연령 기준으로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존 구디너프(2019년 화학상), 아서 애슈킨(2018년 물리학상)에 이어 3번째 고령자다. 카강 교수는 1980년대에 촉매를 정교하게 조작해 거울상 중 한쪽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비대칭 촉매 합성에 성공, 화학계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을 받는다.
학계는 카강 교수가 2001년 이미 노벨상을 받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벨위원회는 2001년 미국의 윌리엄 S. 놀즈와 K. 배리 샤플리스, 일본의 노요리 료지에게 비대칭 촉매 작용이 관련된 연구 성과를 공로로 들며 노벨화학상을 수여한 바 있다. 당시 학계에서는 이 부분 개척자인 카강 교수가 제외된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프랑스 과학계에서 반발이 컸고, 로제 제라르 슈바르첸베르그 프랑스 연구 장관은 노벨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항의 서한까지 보냈다.
이번에 카강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되자, 프랑스 매체 레제코는 “앙리 카강에게 노벨상은 25년 늦게 도착했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바로 엑스(X·옛 트위터)에 “국가에 엄청난 자랑”이라며 “연구 일생에 걸맞은 인정이다. 파리사클레에서 노벨까지, 프랑스 과학이 빛을 낸다”고 반겼다. 프랑스 과학한림원은 페이스북에 “이들의 연구는 생명화학과 의약품 생산에 특히 중요하다”면서 “1991년 선출된 우리 회원인 카강 교수가 이 특별한 영예를 안은 데 큰 자부심을 표시한다”고 환영했다.
노벨위원회는 카강 교수에게 수상 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카강 교수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그의 딸 베로니크 르 된프로부터 수상에 대한 입장을 전해 들었다. 된프는 로이터에 “아버지가 하신 연구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데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소아이 교수의 공동 수상으로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총 10번째 노벨화학상을 배출했다.
소아이 교수는 7일 밤 도쿄이과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구의 의미와 위치를 이번 수상으로 인정받아 매우 기쁘다”라며 “아직 모르는 재미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테니 앞으로도 이 분야의 연구가 진전되도록 미력하나마 힘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아이 교수는 기자회견에 앞서 노벨위원회와의 통화에서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Exciting) 날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소아이 교수는 “카강 교수와 공동으로 수상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며 “대학 직원들과 학생들의 힘 없이는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던 상황에 대해 질문받자 “근처 슈퍼마켓에 식재료를 사러 나갔다가 전화를 받았다”라며 “직접 말하기에는 조금 건방진 말일지 모르지만, 수상하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불평을 듣지는 않겠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연구에 평생을 바친 노학자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연구 과정과 관련해서는 “힘든 점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힘들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사실을 계속 발견할 수 있어서 감동적인 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당시에는 목표로 하는 반응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서 조금 어두운 길을 계속 더듬어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소아이 교수는 “카이랄성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후배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추가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