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임직원 등 130여 명 참석

1974년 창립 주도…기술투자로 글로벌 제련기업 성장

‘사람·신뢰’ 중시…흉상·추모비 제막

핵심광물·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사업으로 철학 계승

고려아연이 6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을 열고 고인의 뜻을 기리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6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을 열고 고인의 뜻을 기리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고려아연이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 별세 1주기를 맞아 추모식을 열고 고인의 ‘사람과 신뢰’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70년대 국내에 기반이 거의 없던 비철금속 제련산업에 뛰어들어 고려아연의 창립과 성장을 주도한 고인의 발자취도 되짚었다.

고려아연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최창걸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유가족과 이제중 부회장, 계열사 임직원, 고인의 지인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묵념을 시작으로 고인의 약력 소개와 추모영상 상영, 추모사, 가족대표 인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백순흠 고려아연 경영관리부문 사장이 고인의 생애를 소개했고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이 임직원을 대표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최 회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사장은 “명예회장님께서 세우신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이 오늘의 고려아연을 지탱하는 튼튼한 뿌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명예회장님의 삶은 황무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을 위대한 도약의 길로 이끈 개척과 창조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최 명예회장은 고 최기호 고려아연 창업주의 차남으로 1941년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미국 직장생활을 마치고 1973년 귀국한 뒤 이듬해 8월 고려아연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초기 제련소 건설 과정에서는 자금 조달을 직접 이끌었다. 국내 국민투자기금과 산업은행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해외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IFC는 사업에 7000만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 명예회장은 5000만달러 안에 건설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설비와 건설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 방식 대신 직접 구매와 공사 관리를 택했고, 결과적으로 약 4500만달러에 제련소를 완공했다.

이후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사장과 부회장을 지내며 기술연구소 설립과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했다. 1983년 영풍정밀(현 KZ정밀), 1984년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를 세우며 계열 사업도 확대했다.

1992년 회장 취임 후에는 국내 아연·연 제련설비 증설과 함께 호주 아연제련소 SMC 설립을 추진하며 해외 사업 기반을 넓혔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재를 청정슬래그 형태로 처리해 시멘트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등 환경 관련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최 명예회장이 조직 경영에서 강조한 가치는 사람과 신뢰였다. 그는 생전 “고려아연은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한 알 한 알을 다져 놓은 모양일 것”이라며 임직원 개개인의 역할과 조직의 힘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그 과정에서 명예회장님께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신 경영의 핵심은 ‘사람’과 ‘신뢰’였다”며 “오늘날 고려아연이 이룩한 모범적인 노사화합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의 저력은 명예회장님께서 실천하신 바로 이 인재와 신용 중시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되었고, 오늘 우리가 마주한 엄중한 외부의 위협과 도전 속에서도 고려아연을 굳건히 지켜내는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 명예회장은 “손에 쥔 재산은 언제든 잃을 수 있지만 머리에 든 재산은 절대 잃지 않는 법”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81년 명진보육원 후원을 시작으로 아동복지와 장학사업 등을 지원했고, 이 같은 공로로 2013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상을 받았다.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고인의 사업보국 정신을 핵심광물과 신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존 제련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신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임직원들은 “고려아연은 시대의 변화에 한 발 앞서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개척하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급하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명예회장님이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변함없이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본사에 마련된 고인의 흉상을 제막했다. 이후 유가족과 주요 경영진은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선영을 찾아 묘소를 참배하고 추모비 제막식을 진행했다. 본사 추모 공간은 이날 하루 동안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운영됐다.

한편 고려아연은 최근 핵심광물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달 말 주주서한을 통해 향후 5년간 생산 제품을 현재 20여 종에서 30여 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미국 테네시주에 핵심광물 등을 생산하는 통합제련소를 짓는 ‘프로젝트 크루서블’도 성장축으로 추진하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