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항만에 AI 입혀 ‘물류 도시’→‘AI 물류산업 도시’로 전환

데이터 연결이 핵심… ‘인천형 물류 AI’ 조성

출발점은 최근 출범한 ‘인천물류AX 얼라이언스’… 27개 기관 원팀 가동

종착점은 ‘K-물류 수출거점’

박찬대 인천시장이 지난 30일 열린  ‘인천물류AX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박찬대 인천시장이 지난 30일 열린 ‘인천물류AX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의 물류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존 물류 경쟁력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산업의 운영방식과 부가가치를 바꾸겠다는 ‘물류AX(AI Transformation)’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박찬대 인천시장이 민선 9기 핵심 산업전략으로 추진하는 물류AX는 단순한 물류 시스템의 디지털화에 머물지 않는다.

공항·항만·산업단지 등 실제 물류 현장에 AI를 적용해 물동량과 교통 흐름을 분석하고 운송·배차와 시설 운영을 최적화하는 등 물류산업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전략의 출발점은 최근 출범한 ‘인천물류AX 얼라이언스’다. CJ대한통운, 한진, 쿠팡, LX판토스, 롯데글로벌로지스, 삼성SDS, LG CNS 등 물류·IT기업을 비롯해 AI·로봇기업과 대학·연구기관, 인천항만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테크노파크 등 총 27개 기관이 참여했다.

인천시는 이 협력체를 단순한 민·관 협의기구가 아니라 정책·데이터·실증·상용화·인재양성을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박찬대호, ‘ABC+EF’의 A, 물류에서 산업으로 확장

물류AX는 박찬대 시장이 민선 9기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ABC+EF’ 가운데 AI를 뜻하는 ‘A’ 분야의 대표적인 산업 프로젝트다.

특히 물류는 AI 기술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기에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인천에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비롯해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수도권 배후시장 등 물류 밸류체인이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화물 경쟁력과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여기에 약 2만9000개에 이르는 물류 관련 기업이 결합되면서 AI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는 대규모 테스트베드가 이미 갖춰져 있다는 게 인천시의 판단이다.

박 시장이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공항·항만·물류단지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인천의 장점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결국 박찬대호가 그리는 물류AX는 ‘물류 인프라를 더 많이 확보하는 도시’에서 ‘물류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도시’로 인천의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물류AX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인프라는 데이터다.

인천시는 시가 보유한 교통·도시공간 정보와 인천항만공사의 항운물류 데이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물류 정보를 연계하는 ‘물류AX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공항과 항만, 도로와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연결되면 물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물동량을 예측하는 것은 물론 운송·배차 효율화, 물류시설 운영 최적화 등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데이터 통합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관별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체계, 개인정보와 보안, 민간기업의 참여 방식, 투자재원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따라서 물류AX의 첫 번째 관건은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데이터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에서 실증·상용화까지… ‘인천형 AX 생태계’ 구축

인천시는 얼라이언스 출범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물류AX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전문 연구기관 성격의 ‘융합원’을 설립해 국가·민간 R&D와 실증사업을 수행하고, 실제 환경에서 신기술과 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리빙랩 형태의 테스트베드도 구축할 계획이다.

AI·로봇 기술기업과 물류기업을 연결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공항·항만·산업단지·신도시 등 실제 공간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AI 스타트업 지원과 물류AX 교육과정, 전문인력 양성까지 더해 ‘기술 개발→현장 실증→제품화→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물류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AI 기업과 로봇기업, 연구기관이 인천을 기반으로 새로운 물류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하는 산업정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박찬대호 물류AX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천을 단순한 물류 거점이 아닌 K-물류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로 수출하는 산업 거점으로 만드는 데 있다.

인천에서 개발·실증한 물류AX 기술을 국내 다른 지역과 해외시장으로 확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 수출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인천을 ‘국제물류진흥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공항과 항만이라는 기존의 하드웨어 경쟁력에 AI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물류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하겠다는 의미다.

‘얼라이언스 출범’ 넘어 실제 성과가 관건

다만 27개 기관이 참여하는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고 해서 물류AX의 성과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 어떤 AI 기술을 적용할 것인지, 데이터 플랫폼을 언제까지 구축할 것인지, 실증사업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참여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화에 나설 것인지 등 구체적인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실제 공항·항만 현장에서 상용화되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결국 박찬대호 물류AX의 성패는 AI가 실제 물류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며 새로운 기업과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인가로 평가될 전망이다.

민선 9기 AI 산업전략의 대표적인 실증 무대로 물류를 선택한 만큼, 이번 얼라이언스 출범은 박찬대호가 제시한 ‘AI 중심 산업도시 인천’ 구상이 현장으로 내려오는 첫 단계라는 의미를 갖는다.

공항과 항만을 가진 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 물류기술을 만들고, 검증하고, 수출하는 도시로 인천의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가 향후 물류AX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