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가 추천한 친일파 서훈 취소 0%

행안부 취소 검토 요청 10년 간 묵살해

서정주·김기창 친일 훈장 그대로 방치

친일재산조사위는 16년 만에 부활 예정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천해 정부 훈·포장을 받은 친일반민족행위자는 11명, 서훈은 14점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취소된 서훈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부처의 검토 방치와 제도적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조사위원회는 16년 만에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공식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 가운데 44명이 총 78점의 정부 훈·포장을 받았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취소된 것은 5점이며, 39명이 받은 73점의 서훈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2005년 5월 출범해 4년 6개월간 조사를 진행했으며, 2009년 조사 결과를 담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를 발간했다.

행정안전부는 2016년 3월 18일 각 부처에 서훈 현황을 통보하며 취소 검토를 요청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문을 접수하고도 별도의 회신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문체부 소관 친일 인사들의 서훈은 단 한 점도 취소되지 않았다.

취소되지 않은 서훈 대상에는 서정주, 김기창, 김은호, 유치진, 박순동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작품과 글, 공연을 통해 징병을 선전하거나 침략전쟁에 협력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공식 결정된 바 있다.

이재정 위원장은 “문체부가 2016년 행안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취소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10년 동안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체부는 소관 부처로서 해당 서훈에 대해 어떤 검토를 했는지, 해당 서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는지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훈 취소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법적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 현행 ‘상훈법’은 서훈 취소 사유를 주로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친일반민족행위 사실 자체만으로 서훈을 박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정 위원장은 지난해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시 서훈을 취소하고 관련 물건과 금전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법안은 여전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재정 위원장은 “현행법상 친일반민족행위 사실 자체가 독립적인 서훈 취소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공백을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며 “국민의 상식과 역사적 정의에 부합하도록 관련 서훈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회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서훈 취소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친일재산조사위 16년 만에 재가동…처분 대가까지 환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오른쪽)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가 산회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오른쪽)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가 산회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친일 인사들의 명예적 서훈 박탈은 제도적 공백과 부처의 방치 속에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반면, 친일파의 물질적 은닉 재산을 추적해 환수하는 작업은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오는 12월 3일, 16년 만에 다시 출범할 예정이다. 2006년 7월 출범해 2010년까지 활동한 1기 조사위는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의 토지 2359필지(1113만여㎡, 공시지가 959억원·시가 약 2106억원)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고, 제3자 처분 재산 등을 포함해 총 2373억원 규모의 환수 성과를 냈다. 다만 후손들의 불복 소송(2010년 6월 23일 기준 72건) 등으로 인해 결정된 재산 전액이 곧바로 국고로 귀속되지는 않았다.

새롭게 출범하는 2기 조사위는 과거의 한계를 보완해 미진했던 친일재산 조사 기능을 복원하고 은닉 재산 추가 발굴에 나선다. 특히 이번에는 친일재산 자체뿐만 아니라 이미 제3자에게 처분돼 원물 귀속이 불가능한 경우 그 처분대가까지 끝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 엑스 화면 갈무리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자신의 SNS에 친일파들의 재산 환수 재개 소식을 전하며 “인력·예산·조직을 키워서라도 친일재산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ter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