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마취 4년새 44% 증가

응급장비 인프라·대응에 구멍

의료용 수면마취제. 기사 내용과 무관. [식약처 제공]
의료용 수면마취제. 기사 내용과 무관. [식약처 제공]

[헤럴드경제=김진기자] 수면 마취·진정을 자주 시행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85%가 제세동기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호흡기를 보유한 곳은 440곳 중 단 2곳에 불과했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마취 진료비 청구 건수는 2021년 29만8375건에서 지난해 42만8425건으로 43.6%나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작년의 절반을 넘는 23만6043건이 청구됐다.

상주하는 마취과 의사가 없어 외부 마취의사에게 의뢰하는 ‘초빙 마취’는 2021년 5만1291건에서 작년 8만6732건으로 69.1% 급증했다.

그러나 응급 소생 인프라는 열악했다. 올해 상반기 중 건강보험 명세서를 기준으로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 등 수면 마취·진정 약물 처방이 600건 이상 이뤄진 의원급 의료기관 440곳의 장비 보유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인공호흡기를 보유·신고한 의원은 단 2곳(0.5%)에 불과했다.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을 확보할 제세동기를 갖춘 곳도 15.0%(66곳)에 그쳤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수면 마취의 제일 큰 위험성은 호흡 억제에서 비롯한다. 적절한 처치가 없다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원인은 입법 사각지대에 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수술실과 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를, 중환자실에 제세동기를 설치할 것을 규정한다. 내시경 검사실 등에서 수면 마취를 하는 대다수 의원급은 인공호흡기와 제세동기를 두지 않아도 법에 따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 등 의료 관련 시설로 119구급대가 출동한 건 모두 47만4634건이다. 출동 원인별로 환자 이송 현황을 나눠 보면 호흡곤란(5만8768건), 의식 장애(2만9382건), 심정지(1만5509건)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한 뒤, 보건복지부나 관할 보건소에 통보하는 공조 시스템은 없다는 게 소방청의 공식 답변이다.

의원급에서 발생하는 환자 안전사고 감시망도 완전하지 않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의원급에서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3만3606건 가운데 중증 사고 보고는 단 1건이었다. 전체 보고의 97%는 약국 단계에서 약사가 처방 오류를 사전에 발견해 보고한 사례였다.

환자안전법상 중대 사고 의무보고 대상이 ‘200병상 이상 병원급 및 종합병원’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의원급에서는 사망 사고를 보고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최근 8개월 사이 서울 강남의 한 치과 의원에서 수면마취를 받은 환자 2명이 숨지는 등 관련 사고가 잇따랐다. 소병훈 의원은 “단순히 200병상 미만이라는 이유로 의원급 마취 사망사고가 국가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고, 85%가량이 제세동기조차 없이 환자를 마취하는 무방비 상태를 방치한 것은 명백한 국가의 직무 유기”라며 “복지부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의료법,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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