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공제한도 믿고 신고 놓치면
취득가액 낮아져 양도세 늘어나
단독주택·빌라 상속 특히 주의
사망월 말일부터 6개월 내로
감정평가 받아 양도차익 줄여야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는 지출이 하나 더 있죠. 바로 ‘세금’입니다. 절세 전문가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세금 고민을 ‘이왕 낼 세금 상담소(이·세·상)’에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 이세상(60대) 씨는 지난해 9월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남겨진 재산은 서울의 32평 빌라 한 채(시가 약 8억원)와 예금(1억5000만원), 보험금(5000만원) 등 약 10억원 규모였다. 상속공제 한도(10억원) 수준이라 이씨는 “상속세가 나오지 않는데 굳이 신고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신고를 생략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세금은 훗날 상속 빌라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상속세 신고 여부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무려 6000만원 넘게 차이 난 것이다. 상속세 신고를 소홀히 할 경우 예상치 못한 세금을 더 낼 수 있는 이유를 ‘국세언니’ 김혜리 세무사와 함께 짚어봤다.
Q. 상속공제한도 10억원이면 상속세를 안 내도 되지 않나요?
A.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있고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라면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 최소 5억원이 적용돼 상속세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세액이 0원이라고 신고까지 불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상속재산에 부동산이 있다면 신고 여부가 훗날 양도소득세 부담을 좌우할 수 있어요.
신고를 생략하면 국세청은 상속 당시 부동산 가액을 실제 시가보다 낮을 수 있는 기준시가 등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Q. ‘보충적 평가방법’이란 무엇인가요?
A. 실제 거래가격인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세법이 정한 공시가격으로 부동산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토지는 개별공시지가, 주택은 개별주택공시가격 등이 기준이 되며, 대체로 실제 매매 시세보다 낮은 편인데요.
상속받은 주택을 팔 때 세법상 취득가액은 상속 개시 당시의 평가액으로 정해집니다. 상속 당시 시가를 신고하지 않아 공시가격 등 보충적 평가액이 적용되면, 훗날 매각 시 취득가액이 낮아져 양도차익과 양도소득세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 감정평가를 받아 시가로 인정받아 신고하는 게 절세에 유리합니다.
Q. ‘상속세가 0원’이라 신고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양도세가 6000만원 넘게 차이 날 수 있다고요?
A. 가령 이씨가 빌라를 8억원에 매각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아 공시가격 3억원이 취득가액으로 인정되면 양도차익은 5억원입니다. 양도소득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과세표준은 4억9750만원으로,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친 세 부담은 약 1억450만원에 이릅니다.
반면 상속신고 당시 감정평가를 받아 6억원으로 신고했다면 취득가액이 6억원으로 인정돼 양도차익은 2억원으로 줄어듭니다. 과세표준은 1억9750만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 부담은 약 4180만원 수준입니다. 같은 빌라를 같은 값에 팔아도 상속 당시 인정받은 취득가액에 따라 세금이 약 6270만원 차이 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단독주택·빌라·토지처럼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동산은 감정평가를 받아 그 가액으로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세가 공제 한도 안에서 0원이더라도, 추후 양도소득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취득가액을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상속세 신고를 하면 될까요?
A. 상속세 신고 기한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지난해 9월에 돌아가셨다면 올해 3월 말까지 신고를 마쳤어야 합니다. 만약 상속인 중 한 명이라도 해외에 거주하는 비거주자가 있다면 국외 연락과 서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9개월 이내로 연장됩니다.
신고를 준비할 때는 과거 증여와 자금 인출 내역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피상속인 명의의 예금 등에서 사망 전 1년 이내 2억원 이상, 또는 2년 이내 5억원 이상 인출된 자금은 사용처를 확인해야 합니다. 용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추정상속재산’으로 간주돼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경우 자금의 실제 사용처를 입증할 책임은 유족에게 있습니다.
Q. 사전증여 재산은 어떻게 확인하면 좋을까요?
A. 정부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를 알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 일을 막기 위해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시·구청, 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서비스는 피상속인 명의 재산의 잔액과 거래 금융기관 등을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과거 계좌의 입출금 내역이나 인출 이력까지 상세히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유족은 확인된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해 거래내역서를 발급받아 살펴봐야 합니다. 통상 사망일 전 1~2년치 인출 내역을 확인하고, 사전증여 여부까지 점검하려면 최대 10년치 거래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Q. 2021년 봄 손주 결혼식 축하금으로 2400만원을 준 내역이 보이네요. 당시 성인 손주에게 주는 증여재산 공제 한도인 10년간 5000만원 이내라 세금이 없다고 보고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A. 결혼 축하금 2400만원을 사전증여로 신고하지 않고 넘기면, 향후 국세청 조사에서 누락 재산으로 적발돼 상속재산에 합산되고 가산세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는 상속 개시 전 증여한 재산도 합산합니다.
상속인인 배우자·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 개시일 전 10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손주·며느리·사위 등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 이내가 대상입니다. 이씨 사례처럼 2021년 증여분은 지난해 9월 상속이 개시됐다면 상속인 외의 자에게 증여한 재산이라 5년 이내에 해당해 합산 대상이 될 수 있죠.
물론 당시 증여재산 공제 한도 안에 들어 납부할 증여세가 0원이었을 수는 있죠. 그러나 증여세가 없다는 것과 상속세 계산 때 합산 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 2400만원은 통상적인 사회통념상 축하금 범위를 넘어서는 금액으로 판단돼 사전증여 성격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상속세 합산 기간을 조절하는 절세 전략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 개시까지 10년 이상 남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자녀에게 일시에 증여하는 것보다 손주나 며느리·사위 등 상속인이 아닌 가족에게 분산 증여해 합산 기간을 5년으로 줄이는 전략인 것이죠.
다만,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면 세대를 건너뛴 증여로 산출세액의 30%를 추가 과세하는 세대생략 할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수증자가 미성년자이면서 증여재산가액이 20억원을 넘으면 할증률은 40%입니다. 따라서 손주 증여는 5년의 합산 기간 단축에 따른 절세 효과와 세대생략 할증 부담을 놓고 한번 비교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Q. 인출 기록을 보니 병원비 명목으로 8000만원이 출금된 내역이 있네요.
A. 피상속인 계좌에서 큰 금액이 인출됐는데 사용처가 입증되지 않으면 세법상 ‘추정상속재산’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사망 직전 재산을 인출하거나 처분해 상속세를 피하려는 편법을 막기 위한 취지인데요.
가령 치료비 명목으로 목돈을 인출했다면 병원비·약제비 영수증과 간병인 계약서 등을 모아 실제 생활비나 치료비로 사용됐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춰야 합니다.
Q. 만약 아버지 재산보다 빚이 훨씬 많아 상속인 모두가 법원에 상속포기를 했다면, 상속세 문제도 전혀 발생하지 않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채무가 많아 상속을 포기했다고 해서 상속세 문제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상속인이 사망보험금을 수령했거나, 피상속인으로부터 사망 전 10년 이내 사전증여를 받은 재산이 있다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의 결혼 축하금·출산 지원금·창업자금 등도 세법상 증여에 해당하면 합산 대상입니다. 상속인이 아닌 손주·며느리·사위 등에게 증여한 재산은 사망 전 5년 이내분이 합산됩니다.
따라서 상속포기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보험금 수령과 사전증여 내역까지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유혜림 기자 / 김혜리 세무법인 HKL 부대표 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