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이었던 강남 서민동네→부촌 1번지로

韓500대 기업 대표가 가장 많이 사는 단지

펜트하우스 현재 호가는 최고 120억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내 휴게 공간. [독자 제공]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내 휴게 공간.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삼성전자, SK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는 어디에 살까.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이 중 11인은 모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단지는 CEO 뿐 아니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소유하고 있어 더 놀라움을 주고 있다. 사실상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인물들이 모두 이웃사촌인 셈이다.

전통 부촌인 평창동이나 한남동 혹은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을 생각했다면, 다 틀렸다. 해당 단지는 바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해있다.

시장에선 개포로 경제 리더들이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내 휴게 공간. [독자 제공]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내 휴게 공간. [독자 제공]

양재천 아래에 있는 이 동네는 과거 갯벌이 있었다해서 ‘개포(開浦)’라는 이름을 얻었다. 1980년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 서민 아파트촌으로 형성됐는데 단지 대부분이 5층 이하 저층, 소형 평수 위주였던 탓에 강남에서도 중산층이 모여살던 반포주공과 자주 비교된 곳이다.

지금도 반포엔 한강뷰가 있지만 개포엔 숲뷰와 양재천뷰가 있어 다른 매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그 중 CEO가 모여사는 곳은 2023년 개포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디퍼아)다. 개포주공 아파트들이 하나둘씩 재건축되면서 이 일대가 2만여가구를 품은 미니 신도시로 재탄생했지만, 디퍼아는 우선 규모 면에서 래미안블레스티지(2019년, 개포주공 2단지), 디에치아너힐스(2019년, 개포주공 3단지), 디에이치자이개포(2021년, 개포주공 8단지), 개포자이프레지던스(2023년, 개포주공4단지)를 압도한다.

디퍼아는 총 74개 동, 최고 35층, 6702세대 규모로 이뤄져 있다. 개포5단지(개포 써밋 187)와 개포6·7단지(디에이치 르베르) 등이 재건축을 진행 중이나 세대 수로 디퍼아를 이길 곳은 없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퍼아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최수연 네이버 사장, 장용호 SK 사장,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 김병규 넷마블 대표 등 CEO 11명이 살고 있다.

① 세집 중 한집 꼴높은 중대형 평형 비중

업계에서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신축 단지이면서 중대형 평형 선택권이 넓다는 점을 자산가들이 디퍼아를 찾는 이유로 손꼽는다.

실제 디퍼아의 84㎡(이하 전용면적) 초과 중대형 평형 세대 수는 ▷112㎡ 944세대 ▷132㎡ 240세대 ▷156㎡ 96세대 등 총2100세대로 전체의 30%를 넘는다. 중대형 평형들은 단지 중앙부 타워형 동에 주로 배치돼 소형, 중형 평형 동들이 둘러싸고 있다.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고 중앙부 정원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세대 수가 그 많큼 많다는 의미다.

펜트하우스 또한 31세대(156㎡ 8세대, 179㎡ 23세대)가 있다. 비슷한 규모의 대단지(6864세대)인 송파구 파크리오의 40평대 이상 세대가 921세대(전체의 13%)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② 자연을 품은 조용한 강남

디퍼아 단지 인근에 있는 양재천의 산책로. 김희량 기자
디퍼아 단지 인근에 있는 양재천의 산책로. 김희량 기자

자연을 코앞에서 누리지만 현대식 주거의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적용돼 국내 최상급 커뮤니티를 자랑해서다. 1만2000평에 달하는 커뮤니티인 ‘클럽 퍼스티어’에는 10레인 수영장을 비롯해 골프연습장, 볼링장, 농구장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과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있어 “단지 밖을 나가지 않아도 한 달을 살 수 있는 아파트”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실제 디퍼아를 방문해 보면 강남 내 주요 업무지구 및 판교 등으로의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주변에 상업시설이 없어 한적하다는 인상을 대번에 받을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포동은 청담동까지 이어지는 영동대로로 이어지는 길을 공유하면서 대모산과 양재천을 모두 끼고 있는 광로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이라며 “그 중에서도 디퍼아는 향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시설의 다양성과 규모를 갖춰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축 단지가 앞다투어 들어오면서 벤치마킹하듯이 좋아보이는 것들은

도입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옆 단지가 뭘 하면 ‘우리도 하자’ 이런 식인데

생활의 질이 상향 평준화되는 면이 있다.

개포동 거주 40대 직장인 B씨

현장의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조용한 강남’이라는 특성 탓에 서초구 반포동 등 인근에서도 실거주 목적으로 이사를 오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강뷰 반포 집을 세를 주고 본인은 디퍼아 전세로 사는 분들도 있다”면서 “경제적 여유가 되는 세입자들이 많다 보니 자비로 리모델링을 해서 들어오는 게 일반 아파트들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10분 거리에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있다는 점 또한 실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점 중 하나다. 앞뒤로 천과 산을 만날 수 있어 리조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이 때문에 ‘차가 없으면 마땅한 외식이 어려운 단독주택 같은 아파트’라고 디퍼아를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③ 학원이 먼저 찾아오는 동네

C자 모양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개원초, 개현초를 비롯해 개포중을 품고 있다. 인근에는 한국외국인학교가 있어 해외 체류 경험이 많은 고소득 가정의 자녀나 외국계 기업 재직자들이 자녀와 함께 거주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디퍼아와 길 하나를 둔 달터공원 쪽으로는 현재 학원가가 형성돼 있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로 수업하는 영어학원은 물론 압구정에도 분점을 두고 있는 한 논술학원은 지점을 대치동이 아닌 이곳에 열었다. 이웃 단지인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내부에는 영어유치원인 청담아이가르텐 강남대치점이 들어와 있다. 잠실, 반포 등에 지점을 둔 이 이 단지는 잠실, 반포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개포동의 조기 영어교육의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포동에서 아이를 키우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과거엔 개포동에서 대치동으로 라이딩을 가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엔 상권에 질 좋은 학원이 찾아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아이가 어린데 앞으로는 여기서 교육이 해결되겠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과거 개포주공1단지의 모습. [서울경관기록화사업]
과거 개포주공1단지의 모습. [서울경관기록화사업]
개포주공1단지가 재건축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IPARK현대산업개발 제공]
개포주공1단지가 재건축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IPARK현대산업개발 제공]

디퍼아는 현재 입주권 거래가 가능한 상태로 5월29일 기준 올해 26건의 손바뀜이 발생했다. 일반 분양 물량이 없었던 84㎡는 지난 4월 38억3500만원(4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 2024년 12억9000만원의 분양가로 나왔던 59㎡ 무순위 청약 주택형의 경우 1가구 모집에 50만3374명이 접수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현재 이 평형대의 직전 최고가는 4월 거래된 29억원으로 서울 중소형 아파트 평균가격의 2배에 달한다.

펜트하우스도 있다. 179㎡의 현재 호가는 120억원에 달한다.

디퍼아의 남측으로는 개포주공 단지들 외에도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3739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개발되고 있어 향후 꾸준한 젊은 인구의 유입도 예상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신축아파트 클러스터라고 할 만큼 쾌적한 정주환경을 가진 것은 물론 주변에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개포우성6, 대치동 우선미(우성, 선경, 미도)로 이어지는 주거벨트로 연결되기 때문에 향후 강남 GBC 개발 이후 배후지역으로서의 가치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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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43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