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타이베이에서 열린 현지 본부 기공식에서 “4~5년 전 연간 100억~150억달러 수준이던 대만 관련 투자가 이제 1000억달러를 넘어 15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200조원 규모의 AI(인공지능) 자금과 생산·공급망이 대만으로 집중된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그는 또 대만을 “AI 혁명의 진원지”라고 불렀다. 칩 설계와 첨단 패키징, AI 서버와 슈퍼컴퓨터 생산까지 AI 산업 핵심 생태계가 대만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본 것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대만 현지 본부를 착공해 2030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4000명을 고용하고, TSMC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폭스콘, 위스트론, 콴타 컴퓨터 등 AI 서버 제조업체들과의 연대도 확대하고 있다. AMD 역시 최근 대만 AI 분야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첨단 AI 칩 생산과 조립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세계 AI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과 설계, 패키징, 서버 제조까지 대만으로 빠르게 모여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 있는 TSMC는 AI시대 사실상 대체 불가 기업이다. 2나노, 3나노 첨단 공정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늘어난 359억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58% 급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도 30% 이상으로 높여 잡았고, 연간 설비투자 역시 최대 56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AI 산업 성장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다시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기술 투자에 쏟아붓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자칫 한국은 TSMC 중심 공급망의 하청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 CEO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만은 연구개발과 첨단 인재 양성,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반도체 생태계 조성까지 국가 경쟁력을 통째로 걸고 있다. 돈과 기술이 몰리면 인재가 쏠리고 고용과 성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AI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활발한 혁신과 투자가 이뤄지면 새로운 일자리는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 청년 상당수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미래 산업이 커지지 않는데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날 리 없다. 기업이 투자해야 연구개발과 생산, 서비스와 협력업체까지 고용이 늘어난다. 투자 대신 벌어들인 돈을 나누는 데만 집중한다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갈수록 더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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