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설립 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 HBM 효과 힘입어 ‘기염’
TC본더 시장 90% 독점…작년 역대 최대 실적
마이크론 HBM 확대도 호재…도전자 등장은 변수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한미반도체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5.2af15dd723d04aeb8812a912e0fa6776_P1.png)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사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기업이 있다. 1980년 설립된 한미반도체다.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으로 승승장구할 때, 한미반도체는 HBM 장비를 SK하이닉스에 독점 공급하며 지난해 소위 ‘사(社)생역전’을 했다.
다만, 올해는 약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화 그룹의 참전으로 독점 체제에 균열이 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 증폭도 변수다. HBM 제조에 필수인 TC(Thermal Compression·열압착) 본더 장비 시장에서 한미반도체의 리더십은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 살펴봤다.
TC 본더, HBM에 얼마나 중요하길래
우선 TC본더는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HBM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장비다. D램 칩과 칩을 쌓은 후 정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초반 접합 작업을 TC 본더가 맡는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1024개의 구멍(입출력 단자)을 뚫어 하나로 연결하기 때문에 각 D램이 정확한 위치에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K하이닉스의 16단 HBM3E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41204.b9f5e252d995435ab5bfce3b90a02312_P1.jpg)
최근에는 적층단수가 8단, 12단, 16단으로 높아지면서 TC 본더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TC본더 장비 개수도 늘어난다. 올해 주요 제품은 12단 HBM3E(5세대)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의 TC본더를 쓰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공정상의 효율성, 적합성 등을 이유로 자회사 세메스(SEMES)나 일본 토레이, 네덜란드 베시 등으로부터 해당 장비를 납품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적층 과정에서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MR MUF는 칩과 칩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칩과 칩 사이에 비전도성필름을 넣은 뒤 열로 압착하는 ‘TC NCF(Thermal Compression-Non Conductive Film)’ 방식을 이용한다.
한미반도체의 TC본더는 두 공정 모두에 쓰일 수 있다. 한미반도체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마이크론 역시 ‘TC NCF’ 공정을 채택 중이다.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 역시 한미반도체의 TC본더를 도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고객사 다변화 성공

한미반도체는 HBM 제조용 TC본더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1등 업체다. 배경엔 HBM 1등 주자인 SK하이닉스와의 공고한 협력관계가 컸다.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와 함께 TC본더를 개발했고, SK하이닉스 HBM 제품 대부분이 한미반도체 TC본더를 통해 제작된다. 한미반도체가 지금까지 SK하이닉스에 공급한 TC본더 물량만 100대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2023년까지만 해도 한미반도체 매출의 70% 이상은 수출에서 나왔다. 즉 SK하이닉스가 아닌 해외 기업에서 나오는 매출이 훨씬 높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HBM으로 날개를 달면서 한미반도체 역시 198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5589억원, 영업이익 2554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 1590억원, 영업이익 346억원 ▷2022년 매출 3276억원, 영업이익 1119억원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영업이익률도 무려 46%에 달해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HBM으로 ‘사생역전’에 성공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삼성전자 42.4%, ▷마이크론 5.1%순이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HBM 사업 성공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며 지난해 6월 주가가 18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미반도체의 TC본더 장비. [한미반도체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2e2634a9a3e84f388f2b49349ad38a56_P1.png)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고객사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마이크론에 TC본더 초도 물량을 공급한데 이어 4분기엔 추가 수주를 따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에만 한미반도체로부터 30대가 넘는 TC본더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TC본더 한 대 가격이 20억~3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마이크론부터 나온 셈이다. 이에 지난해 4분기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 비중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 ASE, 암코어(AmKor) 등 다양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독점 체제 균열?…“기술력 차이” 강조
HBM 시장 성장세에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기대되던 상황이었지만, 변수가 생겼다. 독점과 다름없던 TC본더 시장에 도전자가 등장한 것이다.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 [한화세미텍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rcv.YNA.20250327.PYH2025032709940000300_P1.jpg)
지난달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은 SK하이닉스와 420억원 규모의 HBM 제조용 TC본더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납품한 장비수는 약 14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화세미텍은 지난 2020년 TC본더 개발을 처음 시작한 후발주자다. 올해 SK하이닉스와의 계약이 첫 양산이자 공급이다. 개발에 착수한 후 약 5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

한화세미텍의 기존 주력 제품은 웨이퍼에서 절단된 칩을 기판에 붙이는 ‘다이 본더’, 장비와 칩을 뒤집어 기판에 연결하는 ‘플립칩 본더’ 등이다. TC본더 양산은 처음이지만, 다른 반도체 장비에서의 업력이 높아 한미반도체의 독점 체제를 깰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미반도체는 이전에도 도전을 받은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HBM3 제품 제조에 한미반도체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ASMPT의 TC본더 장비를 둘 다 쓴 것이다. 그러나 HBM3E부터는 한미반도체 TC본더의 독점체제로 회귀했다. 쌓아온 내공 덕분에 기술력 차이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화세미텍의 부상에 한미반도체는 이번에도 ‘기술력 차이’를 강조하며 대응하고 있다.
최근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우리는 싱가포르 ASMPT, 한국 한화세미텍과 상당한 기술력 차이가 있다”며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SK 이어 마이크론 HBM 성장 수혜 ‘톡톡’
![마이크론 HBM [마이크론 홈페이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41220.90e5f0d0ae7f43e0b1412cede6de50ac_P1.png)
한미반도체는 올해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한 해외 고객사 제품 수주에 주력할 전망이다. 마이크론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한미반도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5% 수준인 HBM 시장 점유율을 올해 20%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올 상반기 한미반도체 TC본더 구매량은 지난해 주문량(약 30대 이상)을 넘어섰다.
이에 한미반도체의 올 1분기 매출은 1400억원, 영업이익은 68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81%, 영업이익 139% 증가한 수준이다. 해외 고객사 매출 비중이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한미반도체 TC본더 캐파(생산능력)이 월 35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TC본더 시장 점유율 역시 78%로, 전년 대비 늘어날 전망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1월 연면적 4356평 규모, 지상 2층 규모의 HBM 제조용 TC본더 7번째 공장 기공식을 진행했다. 해당 공장은 4분기 완공될 예정이다.
![[한미반도체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e5309fe17d1e4e8ba9a1b57d1873e322_P1.png)
곽 회장은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올해 TC 본더 300대 이상의 출하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 신제품인 FLTC(플럭스리스타입) 본더 출시를 앞두고 있고,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도 일정에 맞춰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FLTC 본더는 칩 다이 간 접착제 역할을 하는 플럭스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TC본더 다음 차세대 장비로 꼽힌다. 올 하반기 양산되는 HBM4 제조부터 쓰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마이크론이 FLTC 본더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HBM 제품의 두께를 혁신적으로 줄일 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 성숙도가 부족해 상용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 AI 2.5D 패키지용 빅다이 TC 본더를 출시한다.
한미반도체 측은 “AI 시장 확장에 따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시장 성장과 고객사 요구에 따라 2.5D용 빅다이본더를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스마트 기기와 위성 통신 기기에 적용 가능한 EMI 쉴드 장비, 향후 유리기판 시장 개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리기판 절단용 MSVP를 개발해 고객사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반도체가 올해 최대 실적 경신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TC본더 수주 물량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의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고객사의 TC본더 수요 전망치를 조정하며 한미반도체의 올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8391억원으로 기존 대비 19.6% 하향했다”며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기존 5010억원에서 4230억원으로 15.6% 하향 조정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신규 TC본더 발주량은 60~80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미반도체의 신주 발주 물량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