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부터) 미국 대통령,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AP, 로이터, AFP, 신동윤 기자 정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583fe1d3beb342e09fe43062e05012b1_P1.jpg)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가 이익과 민족의 대의를 경시하는 일이며,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입니다.
중국 당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관변 매체 홍콩 대공보(大公報)엔 지난 13일 위와 같은 내용의 원색적인 비난 어조를 담은 논평이 실렸습니다. 중국 당국이 민족과 국가의 ‘배신자’로 콕 집어 비난의 수위를 높인 대상은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97)이 창업한 청쿵(長江)그룹의 주력 회사 ‘CK허치슨홀딩스’입니다.
중국 관변 매체가 이토록 수위 높은 어조로 비난에 나선 배경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격노’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에 있는 미국 동부 해안과 태평양을 끼고 있는 미국 서부 해안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 세계 주요 지점들을 서로 연결하는 전략적 협로)’인데요. 파나마 운하 양 입구에 있는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의 운영권을 미국 기업이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당혹감이 숨김없이 표출된 겁니다.

파나마 향한 美 파상공세
파나마 운하 양 끝 항구의 운영권이 중국 공산당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홍콩 기업에서 미국 기업으로 빠르게 넘어온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가파식’ 공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경제·국가 안보에 필수적입니다. 나는 경제·군사적 강압 수단 사용 배제 약속을 하지 않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7.5b9c1208f29e424f8c17fa0645290aa4_P1.jpg)
올해 초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놓고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암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는데요.
파나마 운하는 1914년 완공된 이래 미국이 관리하다 지난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해서야 파나마에 관리권이 넘어갔었는데요. 이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일방주의(America Only)’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이란 이유로 무력 침공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필요한 조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크 루비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월 2일(현지시간) 파나마 시티에서 호세 라울 물리노(왼쪽) 파나마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EPA]](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rcv.YNA.20250203.PEP20250203034001009_P1.jpg)
세계 최강국의 공세에 파나마는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우선 회담이 끝나자마자 파나마는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이 주도한 글로벌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정에서 탈퇴할 것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 부분이 중국으로선 상당히 뼈 아픈 지점이자,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정확히 노렸던 포인트로 볼 수 있는데요. 8년 전인 2017년 대만과 단교한 파나마는 중국과 수교를 했고요, 이듬해인 2018년엔 중남미 국가로선 처음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오랜 기간 공들여 ‘미국의 앞마당’으로 불렸던 남미와 미국의 연결을 끊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던 중국의 꿈이 깨진 상징적 장면이라는 겁니다.
두 달 만에 파나마 운하 움켜쥔 트럼프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난 4일 홍콩 증시 공시는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미국의 손아귀로 완전히 거머쥐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력 드라이브에 ‘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은 일로 볼 수 있단 해석도 나옵니다. 불과 두 달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속전속결로 일을 해결한 것이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번 매각 거래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라고 벌써 널리 자랑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거래는 순전히 상업적인 것으로, 최근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정치 뉴스와 완전히 무관합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rcv.YNA.20250327.PAF20250327252401009_P1.jpg)
청쿵그룹은 이번 계약이 순수한 상업적 거래라고 하지만, 실상은 팔지 않으면 뺏기는 상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파나마 정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에 청쿵그룹과 맺은 항구 운영권 계약도 파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블랙록이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 인수의 중심에 섰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한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죠.
블룸버그통신은 “핑크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시로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 인수 관련) 상황을 보고하면서 이번 거래를 진행했다”면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보고 라인에 포함된 인사라고 전했죠. ‘파나마 운하 환수’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차원의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핑크 회장이 수완을 발휘한 것이죠. 4월 2일로 예정된 본계약 진행으로 임무 완수를 눈앞에 두는 상황입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rcv.YNA.20250115.PRU20250115305601009_P1.jpg)
핑크 회장이 나선 덕분에 미국은 지난 2020년 홍콩에서 시행된 국가안보법 이후 파나마 운하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잠재적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단 분석도 있는데요.
국가안보법에 따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의 정보수집이나 군사작전에 협조해야 합니다. 미·중 간의 경제·외교·군사적 충돌이 벌어지게 됐을 경우, CK허치슨홀딩스는 중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파나마 운하의 미국 선박 운항을 제한다는 등의 행동에 강제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죠.
짭짤한 이익 거둔 ‘장사의 神’
이 과정에서 주목할 존재가 바로 CK허치슨홀딩스를 소유한 청쿵 그룹, 그리고 이를 소유한 ‘상신(商神·장사의 신) 리카싱 회장입니다.
이번 계약에서 CK허치슨홀딩스가 블랙록 컨소시엄에 넘기기로 한 것은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이 전부가 아닙니다. 바로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에서 운영해 온 43개 항구 운영권도 포함돼 있는데요. 계약금 규모만 228억달러(약 33조4020억원)란 천문학적인 금액이죠. 리카싱 회장은 부채를 제외한 190억달러를 현금으로 손에 쥐게 되는 겁니다.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rcv.YNA.20250320.PAP20250320125501009_P1.jpg)
마치 울며 겨자 먹기로 판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리카싱 회장이 이번 거래로 짭짤한 실익을 챙겼다고 평가합니다. 사실 CK허치슨홀딩스의 항만 사업 부문은 그룹 내 매출 기여도도 떨어지고 수익률도 낮아 골치가 아픈 사업 부문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지난 2023년도 CK허치슨홀딩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그 해 CK허치슨홀딩스 항만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408억5100만홍콩달러(약 7조6955억원)와 1년 전(441억4100만홍콩달러, 약 8조3153억원)에 비해 7.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봤을 땐 2023년이 136억2800만홍콩달러로 1년 전(158억500만홍콩달러)에 비해 13.77%나 줄어들었죠.
![CK허치슨홀딩스이 운영권을 갖고 있던 전 세계 항구들. [CK허치슨홀딩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7930e0f4f1034dab81c9f44d0d110602_P1.jpg)
상황이 이랬던 만큼, 이번 거래 전 항만 부문의 평가 금액은 105억달러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2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해 이익을 남기면서도, 미-중 사이에 끼어서 골치가 아팠던 파나마 운하 두 항구까지 처분해 버린 셈입니다.
줏대 없이 미국에 무릎을 꿇고 돈 앞에서 대의를 잃은 행위를 한 매국노입니다.
미국의 숨통을 옥죌 수 있는 요충지를 손쉽게 내준 것도 문제지만, 시진핑 주석의 분노를 부른 CK허치슨홀딩스의 행동은 바로 중국 당국에 사전에 이번 거래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위층이 파나마 항구를 트럼프 행정부와 담판할 때 사용할 협상 카드로 생각했는데 손 쓸 틈도 없이 당해버렸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모습.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rcv.YNA.20250310.PAF20250310188101009_P1.jpg)
중국 당국은 청쿵 그룹에 대한 각종 조치로 압박하는 상황입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해당 거래를 무산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죠.
▷중국 국유기업과 리카싱 가문 기업 CK허치슨홀딩스, CK에셋홀딩스, 호라이즌스벤처스, 퍼시픽센추리 그룹 등과 새로운 사업 협력 승인 중단
▷반독점 기구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통해 CK허치슨홀딩스 해외 항만사업 매각 거래 보안 위반 및 반독점법 위반 조사
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시진핑 주석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이번 거래를 막을 직접적 권한이 없다고 봅니다. 심지어 CK허치슨홀딩스는 중국 본토나 홍콩 이외 지역에서 매출의 90%를 내는 글로벌 기업이란 점에서 중국 정부의 압박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죠.
![덩샤오핑(鄧小平·왼쪽) 전 중국 공산당 주석과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이 지난 1981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58a9d23cc41f4e8ab248a87efcc55c4d_P1.jpg)
일각에선 천재적 장사 수완을 보여온 리카싱 회장이 불편한 관계인 시진핑 주석을 한 방 먹인 상황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리카싱 회장과 그거 이끄는 청쿵 그룹은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 주석 등 역대 중국 지도부와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며 중국 경제 개발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큰돈을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단 소문이 돌았는데요. 특히, 지난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개혁개방 공신 100인’ 목록에 리카싱 회장만 빠진 것도 이 같은 소문을 뒷받침했죠.
![장쩌민(江澤民·오른쪽) 전 중국 국가 주석과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이 만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f8949dbf293341a2b5342c3148b4ed9c_P1.jpg)
![후진타오(胡錦濤·오른쪽) 전 중국 국가 주석과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이 만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ecf702320d2042cfa687ce146ef2e95c_P1.jpg)
지난 2015년에는 지주사격인 CK허치슨홀딩스를 홍콩이 아닌 조세 회피지역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설립하고, 중국·홍콩 내 부동산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며 탈(脫)중국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낸 것도 오래전부터 진행해 온 이런 움직임의 결과였던 셈이죠.
이런 결과 때문일까요. 홍콩 증시에 상장된 CK허치슨홀딩스의 주가는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15.55%나 상승했습니다. 항만 사업 부문의 대부분을 매각했다는 소식이 주가에 반영된 지난 5일엔 하루 전(38.65홍콩달러)에 비해 21.94%나 오른 47.10홍콩달러에 장을 마쳤고요, 다음 날인 지난 6일엔 주가가 51.55홍콩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실효성을 떠나 리카싱 회장과 그가 이끄는 청쿵 그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다른 중국 기업들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홍콩 매체의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은 국익에 대한 선이 그어질 때 중국 본토나 홍콩, 해외에 있는 기업들은 선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개별 기업의 이익보다 애국심을 우선시하고 외국의 압력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민간 기업의 거래에 대해 개입하고 압박하는 중국의 접근 방식이 미·중 긴장 고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외국인 투자자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단 지적도 있죠.
美에 파나마 운하가 필요한 군사·경제적 이유
사실 수십 년간 미국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파나마 운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이야기를 꺼낸 데는 군사적·경제적 이유가 분명하단 평가가 나오죠.
사실 2016년 확장공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파나마 운하를 통해선 미국의 항공모함이 통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서양에 있던 항공모함을 제외한 군함들이 유사시 이른 시일 내 태평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단 경로가 바로 파나마 운하입니다. 중국과 본격적으로 태평양에서 제해권 경쟁을 벌일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미국으로선 해군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반드시 통제권을 쥐어야만 하는 공간인 셈이죠. 특히나 중국에 그 통제권을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미 해군 소속 함정이 파나마 운하를 지나고 있는 모습. [미 해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f88e68bcbf764ee582f9779ffe956aa4_P1.jpg)
경제적으로도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화물들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출발하거나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이란 점에서 파나마 운하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매우 큰 상황이죠. NH투자증권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사실상 수에즈 운하 항행이 차단됨으로써 물류 운송에 큰 차질을 경험한 바 있는 미국으로선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을 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떠오르게 만든 ‘셰일 혁명’도 파나마 운하의 중요성을 부각한 계기란 평가도 나옵니다. 수평 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이 상용화하면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케이플러·LSEG·스태티스타 등 시장조사 업체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8690만t(톤)에서 최대 929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했는데요. 카타르(7700만t), 호주(7400만t)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2023년 사상 최초로 오른 최대 수출국 자리를 2년 연속 지킨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셰일 혁명’으로 가스 생산능력이 극대화했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수출 규모가 3~4위권에 그쳤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는 것이죠. 또 2016년에야 LNG 수출 시장에 전면 합류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놀라운 기록이기도 하고요.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이 운영하는 주요 LNG 수출 터미널로는 ▷메릴린드주 코브 포인트 ▷조지아주 엘바 아일랜드 ▷루이지애나주 플라크마인스 ▷루이지애나주 칼카시유 패스 ▷루이지애나주 캐머론 ▷루이지애나주 사빈 패스 ▷텍사스주 프리포트 ▷텍사스주 코르푸스 크리스티 등 8곳이 있는데요. 모두 대서양 해안에 자리 잡고 있죠.
![미국 동부 해안 및 걸프 지역에 위치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미 에너지정보청(EIA)]](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15a26685e81e416eba9a5912ed46e44d_P1.jpg)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LNG 수출 시장이 한국이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이곳으로 미국의 LNG를 싣고갈 최적 경로가 바로 파나마 운하인 것입니다. LNG 생산·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잡고,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실천하는 데 파나마 운하의 역할이 한층 커진 겁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나마 운하를 지렛대로 파나마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불법 이주자와 마약 유통 경로 차단 등의 의도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닷길 충돌’ 美·中, 관세 전쟁 여파는?
바닷길을 비롯해, ‘관세 전쟁’으로 맞붙고 있는 미·중 갈등의 수준이 심화할수록 특히 국내 해운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증권가에서 나옵니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기준 전주(1319.34) 대비 26.59포인트(2.02%) 내린 1292.75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2023년 12월 넷째 주(1254.99)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SCFI는 올해 들어 48.40% 급락해 ‘반토막’이 난 상황인데요. 지난 1월 3일(2505.17) 이후 9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품목 관세’와 ‘상호 관세’로 더 심화하면서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중국, 유럽 등도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교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인상 정책이 본격화하면 교역 위축으로 2026년 전 세계 해운 수요가 약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물동량은 줄어드는 반면, 컨테이너선 공급이 증가 추세란 점에서 해상운임 하방 압력도 커졌단 평가죠. 해상 운임이 하락하면 해운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습니다. 해운사의 손익분기점은 SCFI 1000 안팎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관련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인데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에도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미국 항구에 들어오는 선박이 중국 선사 소속일 경우 100만달러, 중국산 선박일 경우 150만달러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미·중 갈등 심화가 국내 해운주 등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는 USTR의 규제가 중국산 선박 전체에 적용될 경우 큰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급망 재편 상황에서 한국이 물류 허브 역할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죠. 미국이 동맹국 간 무역을 확대하고, 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해 신흥국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교역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환적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