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청시간 1000만시간 폭증, 텔레그램 신규 설치도 4배↑
계엄·탄핵 정국이 고객 이탈 빌미 제공
“국가 대혼란이 외산 기업만 배부르게 한 꼴” 한탄도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유튜브 시청 시간 1000만시간 증가” “텔레그램 신규 설치 4배 증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약 열흘간 휘몰아친 정국 혼란 속에서, 외산 플랫폼들만 ‘초대박’이 났다. 예측할 수 없는 정세로 국내 기업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새, 계엄·탄핵 사태가 외산 서비스로 고객이 이탈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유례없는 국가적인 대혼란이, 외국계 기업들만 배부르게 만드는 아이러니하고 서글픈 현실이 됐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16일 모바일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언한 후 5일 만에 유튜브 일간 총사용 시간이 1000만 시간이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일간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26분에서 149분으로 23분 늘어났다.
실제, 계엄이 선포된 직후 빠르게 실시간 뉴스를 확인하려는 이용자들이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대거 몰리기도 했다.
김모(50)씨는 “포털 뉴스를 보다 바로 유튜브 라이브를 틀었다”라고 전했다. 박모(39)씨는 “공중파 뉴스보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의 소식이 더 빠른 것 같아 유튜브부터 틀었다”고 말했다.
실시간 뉴스를 유튜브에서 확인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에는 구글 트렌드의 ‘유튜브 라이브’의 검색량이 40% 급증하기도 했다.
외산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이 대거 이동한 것은 유튜브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외산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에도 이용자가 폭주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텔레그램의 신규 설치 건수는 4만576건을 기록했다. 메신저 업종 당일 전체 신규 설치의 절반 가까운 47.09%를 차지한 수치다. 지난 2일 신규 설치 건수가 9016건인 것과 비교하면 4배 넘는 증가세다.
외산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디지털 망명’이 현실화한 데는, 국내 플랫폼 서비스들이 계엄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와 가짜뉴스들도 한몫했다.
한 ICT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국민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라, 국내 서비스들은 통신 검열 등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컸던 탓”이라며 “이런 불안감을 키우고 가짜뉴스가 퍼진 곳이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인데, 이 때문에 이들 서비스만 덕을 보게 된 꼴”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계 빅테크 플랫폼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계엄, 탄핵 사태가 이용자 이탈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특성상 한 번 이용자들이 이탈해, 타 서비스에 정착하게 되면 이를 다시 찾아오는 것은 신규 유치보다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유례없는 국가적 혼란이 외국계 기업에만 이득이 됐다는 한탄도 곳곳에서 나온다. 또다른 ICT 업계 관계자는 “결국 남은 건 더 각박해진 경쟁 환경밖에 없다”라며 “외국계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노력하면 뭐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