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AI 기술 고도화…활용 범위 확대

Customer signing contract for a new house.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 삼성생명 컨설턴트(FC)로 30년간 활동 중인 김 씨는 올해 60세로 지난 30여년간 영업을 하며 늘어난 고객 수에 메모와 기억만으로는 관리하기 벅참을 느낀다. 어느 날 김 씨 핸드폰으로 20여년 전 암보험으로 인연을 맺은 고객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핸드폰 화면에는 고객의 전화번호 밑에 일주일 전 고객 자녀의 건강보험 가입에 관해 통화를 했던 내용이 요약돼 표시됐다. 김 씨는 메모를 보고 고객의 자녀 건강보험을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었다.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봇(Bot) 위주로 업무지원을 했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AI까지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11월 기준 10개의 음성봇을 통해 월 10만 건의 콜을 처리하고 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 매달 2만 시간 이상의 업무를 처리해 사람 115명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AI의 적용 범위는 크게 단순 업무지원(음성봇, 챗봇, RPA 등), 예측 모형(이상금융거래, 보험사기 사전탐지), 머신러닝 기반 생성형AI(AI콜센터, AI심사지원, AI활동비서 등)로 구분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고객편의성 증대는 물론이고 보험사 임직원과 컨설턴트의 단순반복 업무를 대신해 절약된 시간을 창의적인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보험사기나 이상 금융거래를 사전적으로 탐지하는 예측 모델, 생성형AI 등을 활용한 업무 편의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오픈한 컨설턴트를 위한 ‘AI 활동비서’가 대표적이다. 내부 영업 지원 시스템과 연동한 AI 시스템으로 고객 정보 요약 제공, 업무 계획 음성 입력 등의 기능을 갖췄다. 특히 정보기술(IT)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설계사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한화생명은 최근 AI 투자를 글로벌 무대로 넓혔다. 지난 6월 AI연구소를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3일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자산운용 등 한화 금융계열사 3곳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한화 AI 센터를 열었다. AI 연구를 비롯해 현지 유수 대학, AI 스타트업, 투자사 등과 협업할 전초기지다. 김래윤 한화 AI센터장은 “한화 AI 센터는 AI 분야의 글로벌 허브 임무를 수행해 한화금융의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보장 분석 AI 서포터’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이 서비스는 AI기반의 데이터 처리를 통해 방대한 양의 보험 보장 분석을 쉽게 요약해 설계사에게 핵심 사항만 제공한다. 시책이나 설계사의 경력과 상관없이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보장 내용을 간편히 제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내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현장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사내 서비스 ‘교보 GPT’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보험업계 유관기관도 최근 AI를 강조하고 있다. 주로 AI를 활용한 보험산업의 혁신을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보험연수원은 AI를 통한 고객발굴 방법, AI기반 설계사 추천 플랫폼 개발 등 보험산업 전반에 걸쳐 AI를 접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보험금 지급이 얼마나 정도 가능한지 AI가 예측을 하기도 하고, 헬스케어와 연계해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도 산정하는 등 AI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