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역량 강화 콘퍼런스 연기

미국 “예측 못한 상황 때문…유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탄핵 정국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일 3국의 민관 합동 행사도 돌연 연기됐다. 앞서 각종 안보·외교 일정이 연이어 취소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민관 행사까지 취소돼 한국 정치혼란 여파가 민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12~13일 이틀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3국 여성 경제역량 강화 콘퍼런스’가 무기한 미뤄졌다고 밝혔다. 해당 콘퍼런스에서는 한미일 3국의 정부 당국자와 재계 인사, 비정부기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다.

주된 연기 사유에 대해 주최측인 국무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unforeseen circumstances) 때문에 회의가 연기됐음을 알리게 되어 유감스럽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참석자 섭외 과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연기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로 한국과의 안보·외교일정도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지난 4∼5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은 갑자기 연기됐다. NCG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대한 후속조치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방안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한미는 이번 4차 NCG 회의에서 핵 및 전략기획 등 NCG 과업의 진전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해당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회의로, 차기 정부인 도널트 트럼프 정부에서 NCG 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일정 재조정과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표로 각종 방한 일정도 취소됐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이번주 방한도 추진되던 과정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한국 패싱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6일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서방 5개국 주한 대사들이 긴급회동을 해 한국의 비상계엄 여파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 정보공유 협의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 대사들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부 국가는 한국이 파견한 재외공관장과 접촉하지 말고, 본국에서 파견한 주한 대사를 통해서만 한국 관련 정보를 받으라는 요청이 온것으로 안다”며 “한국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요 5개국 주한 대사가 모인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보이콧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