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미디어그룹 · 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 공동 주최
장태평 농어업위원장 기조발언 “인구 고령화·기후변화, 쌀 과잉생산”
“세계 식품시장 8.3조 달러 규모…농업을 ‘新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공동주최 김병원 연구원 회장 “포럼 통하여 혁신적인 해결책 제시”
“고령화, 기후 변화, 수요 한계로 성장판이 닫힌 우리 농업이 ‘대전환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규모화·디지털화가 필요하다.”
장태평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한경련(KDI) 회관에서 열린 헤럴드미디어그룹·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024 한국농업미래혁신포럼’에서 K-푸드 열풍 속에 농식품산업을 수출의 새로운 스타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 한국농업미래혁신포럼은 이날 ‘쌀 시장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서’를 주제로 진행됐다. 조순태 국제여성총연맹 한국분회 회장, 최창수 경기농수산진흥원 원장, 김안석 새농민회 회장, 박민숙 농가주부모임 회장, 이건희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 연합회 회장, 심은숙 중년여성농입인 CEO 중앙연합회 회장, 박다정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회장 등 농업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장태평 위원장은 ‘농업 대전환 시대, 농업 혁신과 쌀·식품 산업’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장 위원장은 “농업 대전환 시대의 인구절벽,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첨단 기술 발전 속에 우리 농업은 고령화와 인구소멸, 농업소득의 정체, 도시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농촌 삶의 질 문제 등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농가 전체 소득 가운데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80년까지만 해도 65.2%(269만3000원 중 175만5000원)에 달했지만, 2023년 21.9%(5082만8000원 중 1114만3000원)로 크게 줄었다. 농업소득률도 같은 기간 74.9%에서 29.4%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쌀 과잉생산 심각…“20년 간 쌀 관세화 유예가 농업 성장판 닫아”=장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 농업은 ‘성장판’이 닫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농업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것은 ‘쌀’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49.3%다. 이 중 곡물 자급률은 22.3%에 불과하다. 하지만 쌀은 넘쳐난다. 정부 보조금 지급에 기대어 쌀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농사들이 많아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어서다.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농가들은 굳이 최근 소비가 늘고 있는 콩, 옥수수, 밀 농사를 짓지 않는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2014년까지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중국 등 주요 쌀 생산국별 쿼터에 따른 물량을 의무 수입 중이다.
장 위원장은 “우리가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미루면서 1년에 2만톤씩 수입을 의무화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41만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우리와 달리 일본은 1994년 1년 간 진행해본 후 730%로 관세율을 정했다”면서 “만약 1994년으로 돌아가서 이 정책을 결정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2021년 기준 66.2%로 상대적으로 자급률이 높은 축산물도 자급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소고기 자급률은 36.8% 수준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미국산, 호주산 등 소고기가 유입되면서 자급률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규모화·K-푸드 수출 확대가 ‘정답’…‘기능성 쌀’ 잠재력↑”=장 위원장은 농업인 고령화로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농업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 농촌의 40세 미만 농가는 전체의 0.7% 뿐이다.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농가 수입은 줄어든다. 지난해 경영주 연령별 소득 전체 평균은 5083만원으로 60세 미만은 7384만원인 반면 전체의 45.5%를 차지하는 70세 이상 농가 소득은 3781만원에 그쳤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난국을 극복할 길은 있다”며 농업인 고령화와 현장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묘수’는 “규모화와 디지털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수출 기여도 상위 산업은 반도체, 정유·석유화학, 자동차 산업이지만 세계시장이 가장 큰 산업은 농식품산업”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푸드’ 산업을 새로운 국가 전략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식품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 8조3000억달러로 자동차(1조2000달러), 정보통신(1조4000달러), 철강(1조9000달러)보다 더 크다.
이어 “식품산업은 바이오 산업의 풀뿌리 산업”이라며 “제3의 성장 모멘텀의 동력으로 식품산업을 육성해 수출 1000억달러 농식품산업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콜레스테롤 저감에 효과가 있는 홍국쌀, 비만과 알코올 중독 치료 효과가 있는 눈큰흑찰 등 기능성 쌀 활용식품이 많고, 쌀겨 역시 미백과 피부염 방지에 효과가 있다”면서 “현재 약 3억달러에 그치는 쌀 가공식품 수출액을 쌀 대비 부가가치가 10배 정도로 추정되는 술을 비롯한 쌀 가공식품 수출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을 공동주최한 김병원 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 회장은 “가격 변동성, 수급 불균형, 소비 패턴의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이 쌀 농가의 소득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포럼을 통해 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밝히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도 “쌀은 단순히 하나의 농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전통,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지만 지금 쌀시장은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환경 변화, 가격 변동성, 수급 불균형, 소비 패턴 변화 등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이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방식의 정책과 접근법을 넘어, 쌀시장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