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주택공급 관련 법안 모두 멈춰
예산 삭감으로 공공부문 발주도 감소 예상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비상 계엄 이후 정책 동력이 사라지면서 건설 현장도 사실상 멈춰 섰다. 부동산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개발 사업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 필요한 정책 법안이 계류되면서 주택공급도 더뎌질 전망이다. 게다가 예산안 삭감으로 공공부문의 일감마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에 한파가 예고된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3일 밤 선포된 계엄령 및 그 여파로 이달 4일, 18일에 예정됐던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연기된 상태다. 정부가 지난 10일 “내년 공공주택 물량도 역대 최대 수준인 25만 2000호를 공급하는 등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해 온 정책과제들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필요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책 추진 속도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심사가 예정됐던 주요 법안은 부동산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안,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총 26건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각 상임위는 전체회의는 매달 2회 이상, 법안소위는 3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법안소위 연기가 지속될 경우 주택 공급 정책의 동력 상실은 물론 ‘일하는 국회법’도 위반하게 된다.
이날 기준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총 302건의 주택·교통·부동산 관련 법안이 심사 대기 중이다. 여기엔 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과 관련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재초환 폐지)’ 등은 정기 국회에서 다뤄져야 할 주요 법안 목록에 포함돼 있다.
정부는 8·8 대책을 통해 향후 6년간 서울·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중 서울 도심 등의 17만6000호의 주택 조기 착공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 가까이 앞당길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가칭)은 8·8 대책의 후속 법안으로 지난 9월 국회에 발의 후 계류 중이다. 사업시행계획 인가 시의 개별 심의 과정을 통합하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재초환 폐지 법안 등도 원활한 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 진행을 위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도시정비법은 주택 공급 활성화 필요성이라는 대전제에 여야가 동의하고 있지만 재초환 폐지 법안은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야당은 올해 3월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 기준이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면제된 점 등을 들며 추가적인 법 개정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존 위원회 일정이 연기되면서 이 법안들에 대한 의견 조율 또한 지연될 전망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법안 논의 자체가 중지된 상황”이라며 “주택 공급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상황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되지 않으면 국민과 약속했던 바들이 지연되거나 시행도 못하고 사장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마저 25조5000억원으로 올해(26조4000억원)보다 9000억원이 감소하면서, 공공부문 발주 물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공공 공사를 하청받아 움직이는 지방 중소형 건설사는 일거리가 더 줄 수 있다.
전문가는 민생 정책 추진을 위해 여야 합의가 필요한 법안들의 속도감 있는 진행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수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위축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올스톱된 법안 진행 상황이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