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9200억에 매각

롯데 국내 1위 렌터카 기업 롯데렌탈 팔아

SK㈜는 SK스페셜티,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 매각 中

시장에 내놓은 매물 모두 캐시카우

불확실성 커진 가운데 재정 건전성 확보 필요성↑

신사업 육성에 필요한 투자금 확보 전략이기도

챗GPT
[챗GPT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트럼프 신정부, 계엄 여파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 가운데 기업들이 생존책의 일환으로 알짜 사업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팔아 대규모 자금을 확보, 재정 건전성을 튼튼히 하는 것은 물론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13일 효성화학에 따르면 전날 특수가스 사업부문을 같은 그룹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가는 9200억원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 외에도 6종의 특수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앞서 올해 7월 특수가스 사업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스틱인베스트먼트 및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을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 산정 등에서 이견이 생기자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철회했다. 새 외부 투자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효성화학은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
SK스페셜티 본사 전경 이미지. [SK 제공]

SK그룹의 투자형 지주사인 SK㈜는 올해 9월 100% 자회사인 SK스페셜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SK스페셜티 매각가로 4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매각금액은 1조5729억원이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를 팔기 위해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 인수 후보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롯데렌탈
롯데렌탈이 영위하고 있는 롯데렌터카 서비스 단지. [롯데렌탈 제공]

과거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매각하면서 사업 구조 최적화를 시도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SK와 롯데, CJ, 효성이 최근 시장에 내놓거나 매각을 성사시킨 사업 모두 그룹 대표 캐시카우이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4조1343억원, 영업이익 2513억원을 달성했다. CJ제일제당 전체 매출, 영업이익의 각각 20%대, 30%대를 차지하고 있다. SK스페셜티, 롯데렌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471억원, 3052억원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문은 연간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CJ 본사 전경. [CJ 제공]

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하다. SK스페셜티의 NF3와 육불화텅스텐(WF6)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에서 생산하는 일부 사료용 아미노산 제품은 세계 1위이다. 효성화학의 NF3는 SK스페셜티에 이어 글로벌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알짜 사업을 내놓은 배경에는 장기화된 경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계엄 여파에 따른 국정공백 등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캐시카우 매각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해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9000%를 훌쩍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했던 효성화학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빠른 시일에 자금이 수혈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효성화학
NF3를 생산하는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전경. [효성 제공]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알짜 사업을 매각해 당장의 영업이익은 감소할 수 있지만, 미래 먹거리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미리 확보한 것이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을 확보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 강화, AI 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바이오, CJ는 식품 사업 강화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베트남 공장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매년 일정한 수익을 내는 사업을 파는 건 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그럼에도 알짜 사업을 매각하는 건 현재의 경영 환경이 엄중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