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3일 임시주주총회 개최 예정
효성화학 사업 매각 통해 유동성 확보
효성티앤씨 특수가스 NF3 글로벌 2위로 도약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효성티앤씨가 9200억원을 투자해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을 인수한다. 이번 결정으로 효성티앤씨는 특수가스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고,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효성화학은 재정 건전성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효성티앤씨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효성화학이 지난달 효성티앤씨에 인수의향질의서를 제출한 이후 약 한 달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부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NF3 생산능력은 연간 8000톤이다. NF3 외에도 총 6종의 특수가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수가는 외부 기관의 적정 평가를 통해 총 9200억원으로 정해졌다. 효성티앤씨는 확보하고 있는 매출채권 등 유동자산을 활용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효성티앤씨는 내년 1월 23일 임시주총을 개최해 인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효성화학의 특수가스부문 영업양수도 계약 체결과 함께 자회사(가칭 효성네오켐)를 설립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효성은 효성화학의 유동성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효성티앤씨의 새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효성화학은 조 단위로 투자한 베트남 공장의 정상화 지연,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 악화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계속된 적자에 효성화학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9779%에 달한다. 제조업체 부채비율 마지노선인 200%를 훨씬 웃돈다. 효성화학 입장으로서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 시일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앞서 올해 7월 사업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스틱인베스트먼트 및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기업가치 산정 등에서 이견이 생기면서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철회했다. 새 외부 투자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효성화학은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효성티앤씨는 특수가스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효성티앤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스판덱스는 업황 변화에 민감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했다.
이때 효성티앤씨가 주목한 것이 바로 NF3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등에 따르면 글로벌 NF3 시장은 2029년까지 연간 12.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주춤했던 전방 사업마저 반등한다면 NF3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티앤씨는 현재 중국 취저우 공장에서 연간 3500톤 규모의 NF3를 생산하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효성티앤씨의 연간 NF3 생산능력은 1만1500톤으로 확대된다. 글로벌 선두인 SK스페셜티(1만3500톤)에 이어 2위 NF3 공급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효성티앤씨 특수가스 사업은 최근 3년간 약 565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달성하고 있다”며 “반도체 시장이 업사이클로 전환되면 수익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효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효성화학의 재정 건전성 확보, 효성티앤씨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효성화학은 9200억원을 확보한 만큼 사업 자금 운영에 숨통을 튈 수 있게 됐다. 효성티앤씨는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NF3 사업 비중을 2029년까지 약 50%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신제품 개발 투자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20여종에 이르는 특수가스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는“특수가스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효성티앤씨가 섬유 전문 기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특수가스를 아우르는 고부가 소재 기반 산업혁신 리더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