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체육회장·축구협회장 연임 승인
무능한 협회행정·비위 논란 속 출마 강행
탄핵 정국 속 정부·국회·여론 견제 느슨
선거 한달 앞…연임 가능성 더욱 높아져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이 열흘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앞둔 주요 체육단체장들이 정부와 여론의 견제가 느슨한 사이 출마를 강행하며 연임 논란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69) 체육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4선을 노리는 정몽규(62) 회장은 연임 도전의 첫 관문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나란히 통과, 공식 출마선언만 남겨 놓았다.
이들은 투명하지 않은 협회 행정 등으로 정부로부터 중징계 요구를 받거나 각종 비위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 하지만 정부와 국회 모두 ‘계엄 블랙홀’에 빠진 사이 정해진 시간표대로 조용히 출마 행보를 펼치고 있다.
12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전날 스포츠공정위원회 연임 심사에서 승인 통보를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인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에서 활동했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기업가인 데다 현직 프리미엄까지 있어 선거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불투명한 협회 행정 속에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마저 터지며 축구팬들의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협회 업무 총괄로서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명, 해임, 자격정지 가운데 축구협회 공정위가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지난 2일 축구협회에 후보자등록의사표명서를 냈고, 같은 날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연임 심사서도 제출하면서 별다른 제재 없이 4선 도전 행보를 시작했다. 공정위 심사를 통과한 정 회장은 오는 25∼27일 후보자등록을 통해 4선 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정 회장과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선거는 내년 1월 8일 치러진다.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기흥 회장은 각종 비위 혐의로 문체부로부터 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지난달 이 회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된 상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차기 선거 출마를 승인받았고, 지난달 26일엔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내는 등 3선 도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회장 직무정지 중에도 업무 보고를 받으며 연임을 향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계엄 사태로 다른 국무위원들과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현재는 탄핵 정국 수습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도 이 회장에게는 호재다. 유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기흥 회장이 차기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돼도 최종 승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소송 불사 의지까지 밝혔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종목별 대표자와 지역 체육 관계자들로 꾸려지는 선거인단 구조 속에서 재임 기간 표밭을 다져온 이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태다. 이 회장은 오는 24, 25일 후보자 등록 이전에 출마 선언을 하고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 14일 치러지는 체육회장 선거에는 이기흥 회장을 포함해 총 8명이 출마한다.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태선 전 서울시체육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등이다.
탄핵 정국 속 정부·국회의 감시와 공정위 심사를 모두 비켜간 이들이 사회적 비난을 뒤로 하고 연임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