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옷깃을 여며야 하는 매서운 겨울 추위가 왔다. 매년 오는 겨울이지만 기댈 곳 없이 유독 추위를 느끼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만난 여성 대리기사는 갑자기 다치거나 일이 줄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그런데 대리기사만의 일일까? 계약한 출판사가 폐업하여 작품을 줬음에도 원고료를 받지 못했다는 소설가, 발주자가 계약서에 없는 업무를 계속 요구해도 호소할 곳조차 없다는 통역사, 1년간 여러 기관에서 일했지만 어떤 곳에서도 일한 경력을 증명해 주지 않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렵다는 강사. 흔한 서류 한 장 없이 늘 말로만 업무를 진행해서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증빙할 서류조차 없어 답답했다는 디자이너...
모두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은 500만명에 달하고 있고 그 수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분들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을까? 기댈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이제는 ‘국가’가 나서려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노동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줘야 한다. 그래야 노동시장의 아랫목과 윗목이 모두 따뜻해져 함께 성장하고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노동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민생토론회 이후 정부는 수십 차례에 걸친 현장 간담회, 전국 순회 원탁회의,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 목소리를 토대로 당정이 함께 ‘노동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이하 노동약자지원법)’을 만드는 중이다.
법안에는 ‘노동 약자’들에게 꼭 필요한 사항들이 담길 예정이다. 발주자가 미리 보수를 제3자에게 맡겨두고 일이 끝나면 바로 일한 사람에게 보수가 지급될 수 있도록 안전 거래 시스템을 확산하고, 발주자가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도 활성화되도록 제도화했다. 계약 관련 분쟁이 있을 때는 국가에서 무료로 해결을 지원하는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긴급한 어려움이 있을 때는 동료들과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공제회를 지원하는 근거도 포함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경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종별 표준계약서를 활성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노동약자지원법’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정부는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검토하고, 약자 보호를 위한 예산사업을 늘려 노동 약자를 위한 정책도 촘촘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2025년에는 처음으로 노무 제공자를 대상으로 분쟁 상담 및 조정 지원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노무 제공자와 영세사업장 종사자의 직종별·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여 복지 지원을 확대하고, 표준계약서도 널리 확산할 것이다. 근로복지기금 지원도 약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개편할 예정이다.
‘노동약자지원법’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노동 현장의 사각지대를 메워 줄 따뜻한 행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