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근무조 2시간 부분파업 돌입
업계 “대내외 시장 불안에 경쟁력 뒷걸음”
수출까지 악영향 가능성…한국노총 가세
경영계 ‘파업 철회 촉구’ 목소리 높아져
국내 최대 규모의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완성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 비상계엄·탄핵 등 정치리스크 이슈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마저 불가피졌기 때문이다.
11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의 결정에 따라 이날 오전 근무조(1직)와 오후 근무조(2직)가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앞서,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오전 근무조와 오후 근무조가 하루 2시간씩 총 8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다만 현대자노조는 이날 부분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에는 현대차와 기아, GM 한국사업장 노조 등이 소속돼 있다. 현대차 노조는 4만4000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국내 최대 단일 노조다. 기아 노조 역시 2만6000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금속노조는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전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초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빚어진 생산차질 규모만 약 5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GM 한국사업장 역시 같은 기간 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평소 수준의 생산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에 이어 이번에 완성차 노조들의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업계의 연말 판매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속노조의 결정에 따라 현대차·기아, 한국GM 노조까지 동시 총파업에 나서면 극심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KG 모빌리티·르노코리아·GM 한국사업장 등 외국계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량은 123만78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 줄었다.
지난달 국내 판매량에서도 현대차는 지난해 동기 대비 12.33% 줄어든 6만3170대를 기록했고, 기아 역시 같은 기간 4.01% 줄어든 4만8015대를 파는 데 그쳤다. 11월까지 양사의 누적 판매량도 전년 대비 각각 8.03%, 4.80% 감소했다.
GM 한국사업장 역시 내수시장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이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1821대를 팔았다. 전년 동월 대비 39.6% 줄어든 수치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에서만 하루 평균 6000여 대의 차량을 생산한다. 기아의 경우 화성과 광주, 광명 공장에서 연간 130만여대의 차량을 만든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의 BYD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완성차 브랜드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은 물론 기업 신뢰도마저 떨어진다면,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금속노조 총파업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까지 가세하며 정권 퇴진 운동에 한층 힘을 실어줄 분위기다. 그동안 정부 정책 파트너였던 한국노총은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대화를 중단했다.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 시까지 총파업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경영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각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사회 혼란과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과 사회 혼란이 더해져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노사가 경제 회복을 위한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와 일자리의 어려움은 가중될 우려가 큰 만큼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위기 극복과 사회 안정을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