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장기화 조짐에 자영업자 ‘울상’
“연말 기대감이 아쉬움으로…여파 우려”
연말 외식업 불황 전망, 주류업계도 긴장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최근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이 줄었는데, 연말도 걱정입니다. 지난 주말 매출이 작년보다 벌써 30% 정도 빠졌습니다.”(서울 거주 30대 자영업자 권모 씨)
연말 송년회 등으로 12월 대목을 노리는 외식 업계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황 위기를 겪고 있다. 길거리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주류업계까지 불황의 여파가 번질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 주점업 전망지수는 79.83으로 3분기(78.23)보다 소폭 올랐다. 여전히 100 미만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지만, 3분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3분기는 성수기인 여름이지만, 고물가 현상과 택시비 상승 여파까지 겹쳐 외식 경기가 부진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가 변수로 등장했다. 송년회, 회식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부터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예정된 술자리도 다 취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부결되면서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전망이 나오자, 자영업자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거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30대 황모 씨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장사가 안 되는데, 탄핵정국으로 들어선 주말부터 눈에 띌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고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으로부터 단체 예약이 취소됐다는 민원이 들어오는 등 연말 기대감이 아쉬움으로 변하는 분위기”라며 “외식뿐만 아니라 공산품, 패션, 숙박 등으로 영향이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12월은 전통적으로 주류업계가 매출을 끌어올리는 시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탄핵정국 여파로 외식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주류 소비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분기는 더운 여름 성수기만큼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연말 송년회나 행사 등으로 12월에는 주류 소비량이 급증한다”며 “올해는 연말에 납품하기로 했던 단체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소주와 맥주는 주류 기업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소주와 맥주 실적이 좋지 않으면 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하이트진로 3분기 소주 부문 매출액은 377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6857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맥주 부문은 245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의 주류사업 매출액 가운데 소주 매출액은 878억원, 맥주는 235억원으로 전체(2042억원)의 절반이었다.
업계는 매출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기존 마케팅 계획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연말을 맞아 진로 소주와 맥주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출시했다. 오비맥주는 벨기에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를 활용한 팝업을 운영하고 크리스마스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였다.
앞서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송년 회식이 줄어드는 대신 친구 등 지인들끼리의 소규모 술자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매출을 조금이라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